살다보면 두려움을 겪게 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막연히 알지 못해서, 안다고 해도 내 수준에서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주변에서 겁을 줘서, 실제로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두려움의 이유는 사람과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실체를 파악하여 사고의 흐름을 바꾸는 ‘인지적 교정’과 ‘실제적인 지식과 경험 습득’이 도움이 된다.
최근에 배정받은 과의 정규 수술이 취소되면서, 신경외과 VP shunt (ventriculor-peritoneal shunt 뇌실 복강 간 단락술) 수술이 넘어와 스크럽을 했다. 신경외과 응급 수술로 자주 뜨는 EVD catheter insertion나 Burr hole trephination 수술을 기본으로 보면, 수술 과정도 명확하고 수술 시간도 짧은 편이다. 기본적인 해부와 인계자료로 공부도 해보고, 바깥에서 순환간호사를 해보긴 했지만 소독간호사는 처음이었다. 우려스러웠던 고가의 implant 다루는 법, 날카롭고 섬세한 기구가 많은 신경외과 특유의 기구 관리법, 보통의 복강경 및 개복술과 다른 세팅 등은 해보니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순회 간호사 선생님에게 기구와 implant를 직접 다루면서 생긴 의문도 질문해 지식을 더하고, 진료과와 신경외과 간호사들이 말하는 주의사항도 설명 들으면서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교수님이 다른 방에서 수술을 하느라 레지던트와 펠로우가 들어와 천천히 시작하며 교수님을 기다렸고, 초면인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면서 수술을 진행했다. 거기에 수술을 다수 경험해보고 가르쳐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춘 순회 간호사가 있어, 처음 수술을 접해보기에 좋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필드보고 알아서 척척’이 된 건 아니지만, 컴플레인이나 특이사항 없이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앞으로 다시 수술이 넘어오거나 수술 준비를 할 때, 순회간호사 업무를 할 때 경험을 더해 조금 더 큰 시야에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술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두려움이 있었는데, 사전 준비와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한 것이다.
수술에 두려움이 생길수록 숨을 게 아니다. 주변에 물어보거나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 소독간호사 경험이든 순회간호사 경험이든 나서서 하면서 배우고 익혀나가야 한다. 남들은 하는데 왜 나는 모른다고, 못한다고 할 것인가? 언제까지 못하는 상태로 그 수술을 마주할 때 마다 불안할 것인가? 배움의 기회,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수술장에서의 모든 경험에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판단하여, 환자 안위와 같이 일해야 하는 동료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다만, 두려움에 떨면서 스트레스와 싸우느니 가끔은 상황을 봐가면서 부딪쳐 보자. 내가 부족한 부분, 그럼에도 잘 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