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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K Oct 21. 2023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스스로 선택하기

부정적인 기억을 승화시키는 법


돌이켜보면 나는 안 좋았던 기억을 애써 잘 지우는 편이다. 그 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 상황, 감정을 생생하게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다. 예상치 못하게 당했던 차별과 서러움, 배제된 느낌에서 왔던 상처와 외로움, 부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특이적이고 과한 까칠함, 압박감과 긴장감을 조성하던 사람들, 당장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치고 콩콩대는 심장을 안고 출근했던 시간들, 종일 긴장하며 일하고 바쁘게 각성상태로 뛰어다니며 일한 탓에 다리는 무겁고 머리는 멍해 한동안 일상을 챙기지 못했던 시기, 이야기가 통하지 않고 만나도 헛헛했던 지금은 헤어진 인연들과의 이야기들. 



쓸쓸하고 외롭고 인생이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지던 수많은 기억들은 오래된 상처처럼 마음에 흔적만 남기고 서서히 옅어진다. 어떻게 다쳤었는지, 얼마나 아팠었는지, 낫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에 골몰하며 살기에는 그 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것들이 더 많다. 부정적인 기억들은 내게 사전에 상황과 사람에 대한 대응 기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지만 필요 이상으로 개방하지 않아 타격감을 줄이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기대를 조정하며, 어떻게하면 빠르게 나쁜 기억이 사라졌는지 기억하고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몸을 잘 쉬어 주고, 감정의 이면을 바라보며 나름의 답을 내린다. 응급 처치로는 좋아하는 종류의 양질의 식사와 달달한 디저트가 최고다. 그리고는 몸이 무겁더라도 개운하게 샤워를 하며 감정을 씻어내리고, 기대거나 누워서 신체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준다. 방 불을 끄고 보조등만 켜두고, 좋아하는 향수나 룸스프레이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이완시킨다. 그러다 생각을 위한 에너지가 충전되면 친구, 동료,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기나 블로그 글을 쓰며 성찰한다. 믿을 수 있는 타인에게 솔직하게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공감받으며 숨통이 트이고 현실적인 조언이나 유대감을 얻기도 한다.



말이든 글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면 그 무게가 조금은 줄어든다. 상황의 중요도를 내 인생 전체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 일은 해프닝으로 기억될 수준이거나 유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최악의 순간을 상상해보거나, 더 나빴을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보자. 지금 스쳐지나가는 상황일 그 일 때문에 소중한 일상을 전전긍긍하며 사는 게 옳은가. 




과거의 기억은 흔히들 미화되고, 추억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경험을 인생의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어떤 의미와 즐거움의 순간을 포착하고 거기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리라. 당시 크게 힘들고 괴로워하더라도 이야기는 인생 전체에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할 일도 과거에 사로잡힐 일도 적다.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선택하는 것, 나에게 어떤 양분의 씨앗으로 삼을 경험인지 정의내리는 것은 나의 몫이다.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빨리 잊어버리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나만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 오늘 네가 만날 사람들은 주제넘고 배은망덕하고 오만하고 시샘이 많고 무례할 것이다." 지금도 마르쿠스가 살던 시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35p,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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