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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Nov 04. 2020

한 달 간의 이별 #1  

남편과 같이 캐나다로 떠나지 못했다.


살림살이 들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기 전 2달 조금 넘은 시간을  시부모님 댁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옷가지와 나중에 캐나다에서 자리 잡게 되면 가져오고 싶었던 물건들을 잘 싸서 차에 싣고 시댁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며칠 후 ,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여행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말았다.  김밥을 싸면서 몸살 기운이 있어 종합 감기약을 털어 넣고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넣은 짐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전남 순천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봄날 나른한 햇살을 등에 엎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한국에서 해야 될 모든 일 들도  정리가 되었고 이제 말 그대로 떠나는 날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걱정을 접어 놓고 여행하는 동안 만은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여행은 느긋하고 여유롭고 더없이 즐거웠다.

낮 동안 여행을 마치고 어둑 해 질 즈음 숙소에 들어와 시어머님이 끓여주신 참치김치찌개를 늦은 저녁으로 먹었다. 내가 지금껏 먹은 참치 찌개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한동안 다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허리가 아프고 열감이 나기 시작했다. 몸살 기운이 있는 듯했다. 평소에 잔병 치례가 많아 감기, 몸살 등   남 부럽지 않게 자주 앓아 왔지만 이번 허리 통증과 겨드랑이 통증은  이전 에는 없었던 증상이었다.  그래도 감기약을 먹으면 좀 가라앉는 듯 해 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모처럼 즐거운 여행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아침저녁으로 감기약을 먹으며 버텼다. 잠깐 약을 먹을 때만 컨디션이 좋았다가 약기운이 떨어지면 이내 통증이 시작되고 열이 올라 뭔가 이상해 여행을 마치면 병원에 가 봐야겠다고 남편에게만 조용히 얘길 했다.

여행을 마치고 여전히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시댁에 도착한 후에 대충 짐들을 정리한 후 , 나와 남편은 정형외과를 갔다. 열감도 열감이지만 여행 막바지엔 겨드랑이 쪽 통증이 심해져서 근육이 다친 줄 알았다. 아무리 생각을 되짚어도 그쪽 근육이 다칠 일이 없는데 의아했다. 진료실을 들어가 증상을 설명하고 나자 의사 선생님은 별 고민도 없이 근육 주사 같은 것을 한 손에 들고 오시더니 팔을 들어 올려 보라고 했다. 주사가 유난히 더 커 보여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주사 놓을 자리를 찾으려 겨드랑이 통증 부위를 만지더니, 주사기를 진료 테이블 한편에 내려놓고는,

[ 이거 이상한데? 언제부터 이랬어요? ]
[ 한 1주일 정도 됐어요. ]
[ 어허…..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주소 적어 줄 테니 지금 당장 택시 타고 이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으세요. 오늘 꼭 가세요.]

주소가 적힌 종이를 손에 꼭 쥐고 남편과 병원을 나왔다.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입이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근육통이고  몸이 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상황이지? 이제 곧 출국해야 되는데…. 이미 비행기표도 다 예매하고 다른 계획들도 진행돼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 아니 잠깐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 미리 걱정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돼. 빨리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고 그다음은……. 그다음은………
 
1년여를 쉼 없이 준비하고 드디어 떠날 날 만 기다리고 있는데 나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나 싶어 두려움과 함께 슬슬 화가 치밀어 오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무려 1년을 준비했다고!!!!!  
 
 남편은 시부모님께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니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전화로 연락을 했다. 걱정이 되셨는지 차를 타고 다 같이 그쪽으로 이동하자고 하셔서 함께 시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마냥 자꾸만 쳐다봤다. 별다른 동요 없이 나오는 걸 보니까 다들 아무 문제가 없나 보다 싶은 게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들이 몹시 부러웠다.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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