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멀더와 스컬리 Aug 26. 2021

동심

똥꿍이 이야기/ 알다가도 모를 아이 마음 / 육아일기

늦은 오후, 아이는 서툰 솜씨로 식빵에 초코잼을 발랐다.

 한 입 먹고 너무 맛있다고 두 입 먹던 아이가 갑자기 멈췄다.


"엄마, 달콤한 걸 먹으니 날파리가 왔어요.
얘도 먹고 싶어서 기웃거리나 봐요."


살짝 들뜬 목소리였다. 그래서 갑자기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날파리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먹고 싶어서 어슬렁 거리는 게 조금 귀여운 거 같아요.
날파리한테 빵 좀 나눠줘도 돼요?"


아이의 마음이 예뻐 보여서 그러라고 했더니

아이는 손톱 끝으로 초코가 묻은 빵을 아주 조금 뜯어서 접시에 올려주었다.

 오랜만에 아이다운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뻤다.

아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째라 그럴까. 딸아이는 말도 행동도 워낙 어른스러웠다.

알려주지 않은 말도 척척 하고, 뭐든 빈틈없이 잘하려고 했다.

 그런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아이가 좀 더 또래 아이들처럼 밝고 해맑게 컸으면 좋겠는데...


그동안 잘했다는 칭찬들이 아이에게 부담을 준 건 아닐까.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이 늘 있었기에 뜻밖에 발견한 동심이 더 반가웠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의 생각을 뒤로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매트를 퍽퍽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아이의 손에 찍 눌린 날파리 두 마리가 보였다.


맙소사! 알 수 없는 동심,
알다가도 모를 아이 마음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1, 2015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