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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Sep 12. 2021

아이의 마음을 담은 우쿨렐레 연주

똥꿍이/육아일기/일곱살/딸/어록

오빠의 우쿨렐레를

띵가띵가 튕기며

자신의 연주를 들어보라고 했다.



연주 1. 이건 늦잠 자다가 회사에 늦어서 빨리 뛰어가는 느낌이에요.

연주 2. 이건 늦잠 자서 학교에 지각해서 벌칙으로 학교 끝나고 청소하는 느낌이에요.

연주 3. 이건 늦잠 자고 옷 빼고 다른 물건들은 다 내팽개치고 어린이집에 뛰어가는 느낌이에요.

연주 4. 이건 애기여서 분유를 엄청 빨리 쪽쪽 빨아먹는 느낌이에요.

연주 5. 이건 애기가 탯줄 자를 때 느낌이에요.

연주 6. 이건 엄마 배가 볼록해졌을 때 느낌이에요.

연주 7. 이건 엄마가 아빠와 결혼했을 때 느낌이에요.

연주 8. 이건  엄마가 아빠와 사귀었을 때 느낌이에요.

연주 9. 이건 엄마 아빠가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에요.

지금 점점 어려지고 있는 거예요.

아이의 말을

무심코 받아 적고 있었는데

마지막 말을 듣고 놀랐다.


어른이 된 똥꿍이부터

똥꿍이가 태어난 순간

엄마 아빠가 처음 만난 순간까지

연주하고 있었구나.


연주 소리는 분명

계속 띵가띵가

똑같았던 것 같은데


아이는 모두 다른 마음이었구나.

음악은 온데간데없고


아이의 말만

기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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