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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Sep 24. 2021

오늘 아침 야쿠르트 아주머니 플렉스

일상/짧은글/에세이

오늘 아침 아홉 시쯤

배가 고파 시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단골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전동카트를 몰고 길 한가운데를 지나고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려는데

뒤따르던 오토바이  대가 

경적을 마구 울리며 옆으로 지나갔다


빵 빵 빵빵빵빵!

조용한 아침 골목에서 많이도 울리네...

1초만 기다려도 옆으로 지나갈 텐데...


짧은 순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아줌마는 오토바이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셨다


그래 가라 가라
얼른 지나가라
근데 뒤에 짐도 없네
가라 가라 얼른 가라


싸우자고 질러대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아침 액땜을 하는 혼자만의 넋두리 같았고

마치 훠이훠이 새를 쫓는 농부의 행위 같기도 했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아주머니의 신세한탄 같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사실 연세가 70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머니다


긴 세월

거친 길에서

맑은 날 궂은날 온몸으로 날씨를 맞으며

이 손님 저 손님 맞이하며

이 사람 저 사람 겪으며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 오셨을까


인생을 오래 사신 어른들의

생을 담은 넋두리를 들을 때면

괜히 뭉클하다


오토바이 젊은이도 머쓱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고

아주머니도 벌써 사라졌지만


시장가는 내내

아주머니 모습이 내 마음에 남았다

아주머니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오늘 아침

야쿠르트 아주머니 플렉스

반전 매력

멋지심!


#싸우지않고도훌훌털어낼수있다

#화내지않고도마음을풀어낼수있다



*에필로그 : 야쿠르트를 살 때면

아주머니는 항상 잔잔하게 웃으시며

'고마워요'하고 수줍게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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