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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Oct 05. 2021

네 인생은 너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똥꿍꿍/이야기/육아일기/열한살/아들/일상/갈등

학교를 다녀온 아들에게

오늘 해야 할 과제목록을 노트에 미리 적을 것을 권했다. 


그동안은 큰제목만 적었다면, 

오늘부터는 간단히 세부사항을 적을 것을 권했다. 


"엄마, 공부하는 것보다 목록 적는 게 더 힘들어요."


툴툴대던 아들은 흐트러진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았다. 

이런저런 잔소리를 더하다가 결국 화나서 말했다. 


"그럼 마음대로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아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네 인생은 너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하지만 네 인생을 위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잖아. 

인생선배 엄마의 조언을 조금 더 귀담아 들어주면 안 되겠니?'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았다.


화났을 땐 아들의 모습만 보였는데,

글을 쓰다 보니 내 모습이 보였다. 


사실 나는 아들에게 권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늘부터 이렇게 해,라고 말했다.


그건 조언이 아닌데...

그저 명령인데...

분명 방법이 잘못되었는데...


다 알지만 아직은 사과하고 싶지 않다. 

못났다, 정말.


똥꿍꿍 보고 있나?


"엄마가 미안, 

그건 분명 좋은 공부 방법이지만,

알려주는 방법은 잘못됐어.

좋은 전달을 고민해볼게."




# 사학년이 처음인 아이

# 사학년 학부모는 처음인 엄마

#함께 성장하기


#좋은 것은 좋은 방법으로 알려주기

#옳은 것은 옳은 표현으로 알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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