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일상/청첩장
늦은 밤
서랍정리를 하던 남편이
싱긋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이것 좀 봐봐요.”
남편의 손에는
낡고도 낯익은 카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저녁 설거지로 두 손이 묶인
내 눈앞에
카드를 열어 보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 문구 좀 봐봐요. “
매일 저녁 헤어지지 않아도 돼요.
밤새도록 전화하지 않아도 돼요.
아침에 눈뜨면 보고 싶은 얼굴이
바로 내 옆에 있어요.
우리 결혼해요.
누군가가 열심히 고민하며 썼을 문구
우리가 열심히 골랐던 문구
우리의 청첩장 초대 문구였다
그 시절 흔하다면 흔했던 글이었지만
그때의 우리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결혼 13주년.
“매일 저녁 함께하진 않아도 돼요. “
가끔 친구와 저녁 먹고 온다는 소식이 반갑고
또 가끔 일하다 걸어준 안부전화에 잠깐 웃고
아침에 눈뜨면 모두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바로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그때 그 마음은 아니지만
그렁저렁 잘 살고 있당께.
- epilogue -
얼마 전 결혼기념일
남편 :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인 건 알아요?
아내 : 아! 그러네요. 카드값 결제날만 신경 쓰느라 몰랐네요. ㅋㅋ
남편 : ㅡㅡ
아내 : 근데 우리 벌써 14주년이네요.
남편 : 아뇨. 13주년이죠.
아내 : 아하하, 그런가? 14년 차, 13주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뭣이 중한데~뭣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