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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Apr 02. 2023

엄마의 잔소리

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


늦은 밤, 잘 준비가 끝나고

딸아이와 나란히 누웠다.


딸이 살짝 잠들었을 무렵

아들이 후다닥 주방으로 뛰었다.


불만 끄면 물을 마시겠다고

습관적으로 나서는 아들에게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말했다.


"꼭 불만 끄면 물을 마신다고 하지."


그 소리에 딸이 잠에서 깼다.

악몽을 꾸었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딸은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고 나서

무얼 하는지 주방에서 한참을 있는 아들에게

소리쳤다.

"얼른 마시고 들어가서 자!"


아침이 왔고, 딸은 말했다.


"엄마, 어제 악몽을 꾸다가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서 좋았거든요.

엄마가 함께 있구나 안심되었어요.

어린이들은 가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안심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랬구나.

악몽이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네."


"그런데 오빠에게 다시 소리치는 잔소리를 듣고,

역시 잔소리를 듣는 건 안 좋구나, 하고 다시 생각했어요."

함께 있음에 안심되는 잔소리.

역시나 듣기 싫은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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