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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Apr 02. 2023

못났다. 못났어.

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

지난 학기말

담임선생님께서 보드게임 가져갈 사람?, 했을 때

동생이 생각나서

오빠는 손을 번쩍 들었다.


오빠는 동생을 위해

동생은 오빠를 위해

아이들은 서로를 위해 종종 사소한 것들을 챙겨 온다.


마이쮸, 색종이, 철사끈, 지우개, 스크래치 카드...

그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초콜릿일지라도

함께 나누기 위해 아껴온다.


때때로 그것이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매번 속으로 흐뭇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위해 지나치게 참지 않도록

겉으로 칭찬은 삼가는 편이다.)


이번 보드게임 역시

그렇게 동생을 위해 챙겨 온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휴일을 맞이하여

아이들은 사이좋게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하하 호호

깔깔깔깔


그러다가 승부차에

누군가는 징징대고

누군가는 목소리가 커지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게임이 이어졌다.


요란한 게임시간이 끝나고

동생은 쓱싹쓱싹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 : 그게 뭐야? 뭐 만드는 거야?

딸 : 게임에 져서 오빠줄 쿠폰 만들고 있어요.


두둥!

김치 다 먹어주는 (무한) 이용권

누구인지 말할 순 없지만

열세 살 남자 어린이

정말

못났다. 못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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