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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Apr 16. 2023

브런치가 엄마네, 브런치가 엄마야.

"엄마한테 이를 거야."

서로에게 사소한 잘못을 했을 때 아이들은 이런 말을 곧잘 주고받는다. 어쩐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이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 이르면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있기에 아이라면 쉽게 내뱉는 말. 그 말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는 늘 바쁘셨고, 힘드셨고,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가졌던 것 같다. 얼른 어른이 되어서 엄마에게 힘이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말을 한다고 해도 엄마가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가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다툼을 싫어하고 양보를 강조하던 엄마가 나를 위해 누군가와 맞서 싸워줄 것 같지 않았다. (엄마는 오로지 아빠와 싸운다. 하하)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고서도 그 말을 쉽게 뱉는 아이들을 부러워한다. 또 안도한다. 아이들에게 그런 든든한 엄마가 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또 가끔은 샘이 나서 아이들에게 장난친다.


"엄마한테 이를 거야. 너네 이제 외할머니한테 혼~~~ 난다."

"난 아빠한테 이를 거예요. 할머니한테도 이를 거예요."


이런 얘기들을 나누며 깔깔대곤 한다.


그러다가 요즘 아이들의 일상을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밌거나, 멋지거나, 이상한 말을 했을 때 쪼르르 달려가서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그 모습을 지켜본 딸은 말했다.


"브런치가 엄마네, 브런치가 엄마야."




그러네, 브런치가 엄마네, 칠십 넘은 엄마에게 편들어달라고 시시콜콜 이를 순 없지만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브런치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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