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지독하게 외로워서
끔찍이도 일하기가 싫어서
도서관에 들렀다.
책 한 권을 빌렸고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을 사랑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글보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뱉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감기는 눈에 힘을 주고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넘어가지 않는 아침밥을 삼키듯이
몇 페이지만 더 읽자.
몇 분만 더 읽자.
워치를 톡톡 두드리며 시간을 채웠다.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책을 빌릴 때 몇 마디
커피를 주문할 때 몇 마디 나누고서
그제야 집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
기나긴 하루
흔한 주부의 아침이 시작됐다.
노트북을 켜고 이 마음까지 모두 쏟아내고 나니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이젠 일하러 가자!
티 나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하지 않으면 반드시 티가 나는
일하러 갑시다.
이 아침,
같은 외로움과 같은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 분들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