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

남매일기/열한살/딸/열다섯살/아들/일상/어록

by 멀더와 스컬리

전날 회식으로 피곤했던 아빠

출근으로 힘들었던 엄마

태권도 학원에서

캐러비안베이를 다녀와서 뻗어버린 동생


아들을 제외한

세 식구는 모두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밤이 되었고

아들은 홀로 방청소를 했고

우리는 청소를 피해

요리 또르르

조리 또르르

굴러다니며 몸을 피했다.


청소를 마친 아들에게

엄마는 눈도 뜨지 못하고 말했다.


“아들, 혼자 고생이 많네.

근데 엄마 화장 좀 지워줘. “

장난스레 해본 말이었는데


아들은

서툰 손길로

꼼꼼하고도 부드럽게

엄마의 화장을 지워주었다.


유치원시절 친구를 위해

비에 젖은 미끄럼틀을

자신의 옷으로 쓱쓱 닦아주던 녀석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 엄마가 눈부실 것 같다며

작은 손으로 엄마의 눈을 가려주던 너


언젠가 넌 정말

누군가의

좋은 남자친구

좋은 남편이 될 것 같아.


그날이 오면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고

엄마에게도

다정했던

오늘을 감사할게.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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