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근교 탐방기

아그라에서 만난 사람들

by 조작가

첫 번째 도시 바라나시에서와는 달리, 아그라로 떠나오는 기차에서 동행을 만나 며칠 째 함께 하면서 살짝 긴장이 풀어졌다. 관광지에서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등의 호객을 당해도 재밌게 즐겼고,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접근해 잠시 놀랐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에 관심을 가졌던 것뿐이었던 순박한 소년들, 그저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호기심을 내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사실은 여행의 또 다른 축복이다. 이렇게 만난 현지인과 SNS 주소를 교환하거나, '친구 맺기'는 굉장히 들뜨고 즐거운 일이긴 하다. 그 인연이 이어져 다시 모종의 목적으로 만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그때 그 순간의 그 행위 자체로 여행은 빛난다. 여행이 끝나고 한참 뒤, 다시 보게 되는 수줍게 적어 놓은 손글씨는 그들과의 '연결 가능성'에 있다기보다, 그 시간을 함께 했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뭐 큰 기대는 없기 마련이지만) 조심스럽게 자신의 메일 주소나 SNS 아이디를 적어주게 되는 것일지, 추억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가끔은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보다도 노트나 티켓 등의 메모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손글씨'를 더 많이 모아두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릭샤꾼 아저씨의 1일 투어도, 나쁘지 않았다. - 쓸데없이 수다스럽지도, 과한 금액을 요구하지도 않은 적절한? 거래였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마지막 코스 직전에 결국 우리를 고가의 '타지마할 대리석 미니어처'를 파는 상점 앞에 내려주는 오점을 남겼지만. 가게 앞에 내려주던 릭샤왈라의 표정 한 편엔,

' 나도 뭐 좀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니? ' 혹은
'뭐 요정도 쇼핑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겠어?'라는 도움의 눈빛이 느껴졌달까.


동행인이나 나나 모질지는 못한 성격이었던지 그 가게 앞에서 차마 화를 내거나 돌아서진 못했다. 어차피 구매 의사는 1%도 없었고, 단지 그들의 '방식'이며 일종의 '생계수단' 이겠거니 싶은 동정심도 일조했다. '투어 의식의 피날레'에 걸맞게 우리는 구경하는 시늉과 적절한 호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적당한 연기로 적당한 의식의 시간을 넘겼다.

오토 릭샤로 둘러보는 아그라 투어


메타 박에서 만난 아이들

아그라 포트, 아그라 성을 둘러싼 붉은 벽돌의 성벽이 아직도 건재하고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메타 박 주변에서 만난 인도 소녀들,..(이라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미 아기엄마인 여성)

아그라 시내 투어 중 마지막으로 릭샤 왈라가 인도식 식당으로 안내했다. 외국인밖에 손님이 없는 이유는, 역시 릭샤 왈라들이 단골?로 외국인을 실어 나르는 '관광식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 내부를 봐도 대충 감이 왔다. 우리를 내려놓고 주인장과 몇 마디 나누더니 슬그머니 지폐를 주고받는 낌새가 역시 그랬다. 릭샤 왈라들은 식당 바깥의 골목에서 릭샤를 세워두고 짜파티를 뜯으며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던지 외국인 손님의 비율에 따라 음식의 가격도 비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그래도 식당은 나름 깔끔하고 번듯했으며, 주인장의 아가는 몹시 귀여웠고, 음식도 중상의 퀄리티여서 큰 불만은 없었다. 음식을 기다리던 그 짧은 시간에도 동행인은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고 있었다. 누가 국어 선생님 아니랄까 봐, 어디서나 열심히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를 쓰는 부지런함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언제나 배낭에 작은 스케치북과 노트를 싸 갖고 다니지만, 나에게 남기는 메모 조차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녀의 모습은 큰 자극이 되었다.

정신없는 하루의 투어를 끝내고 저녁식사로, 여기서 만난 여행자들과 한국식 라면과 '수제비'를 판다는 식당을 찾았다. 진득한 (라면) 수프가 어우러진 한국의 맛. 인도 시골마을에도 한국 요리가 전파되고 있고, MSG 가득한 인스턴트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구나! 더구나 으슬으슬한 흐린 날씨에 여러 날 만에 더할 나위 없던 고향의 맛이자, 치유의 맛이라니.


중세 도시 아그라에서의 번잡스러운 하루가 수제비 국물로 노곤하게 녹아내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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