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흔한 풍경이 아니지만, 예전엔 집에서 이를 뽑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흔들리는 치아를 실로 묶어 이마를 때리기도 하고 문고리에 걸어 놓고 잡아당기는 등 가정마다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무서워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흔들리는 이를 뽑았더랬죠.
요즘에도 종종 집에서 이를 뽑았다는 환자들을 만나곤 하는데요, 물론 이가 잘 뽑혔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입니다. 유치가 뽑힌 자리에 영구치가 잘 올라오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영구치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이거나 치아가 삐뚤 빼뚤 나오기라도 한다면 임플란트나 치아교정 등 추가적인 치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유치가 흔들리면 유치를 뽑을 때가 됐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영구치가 유치 뿌리를 녹이며 올라오면서 유치가 흔들리고 빠지게 되는데 그래서 발치한 유치를 보면 뿌리가 없고 머리만 있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뽑을 시기가 됐어도 유치가 흔들리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치아를 뽑을 시기가 아닌데도 외부 충격이나 딱딱한 음식을 잘못 섭취해 흔들리기도 합니다.
때론 처음 올라오는 초기 영구치가 아직 자리가 덜 잡혀서 흔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영구치를 유치로 오인하고 뽑았다가는 빈 공간을 향해 주변 치아가 기울어져 버려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임플란트가 가능한 시기는 만 18세 전후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공간 유지장치를 착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관리가 잘 안돼서 충치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영구치 발치 후 후폭풍은 구강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니 치아 교체시기에 치아가 흔들린다고 해서 유치로 단정하고 집에서 이를 뽑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치에 비해 영구치는 크기가 크고 상대적으로 누런 빛을 띠는 편이지만 이런 차이만으로 유치와 영구치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죠. 가장 좋은 방법은 치과에서 방사선 촬영으로 유치, 영구치 여부, 영구치가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성인의 약 10%에선 28개 치아 중 한두 개 치아가 나지 않는 영구치 결손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촬영을 통해 이 부분을 확인, 선천적 영구치 결손인지도 모르고 흔들리는 치아를 무조건 뽑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죠.
유치에서 영구치로 옮겨가는 만 6세 이후는 치열 상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흔들리는 치아를 집에서 뽑는 것은 단순한 위생상의 문제를 넘어 덧니, 부정교합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결국 나중에 치아교정 등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꼭 치과검진을 통해 발치 시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치아 상태 점검 및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유치발치를 통해 아이의 치아건강을 꼭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