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풀 Feb 27. 2022

얼굴이 갸름해졌어요!

0.1 밀리미터 쯤

얼굴이 조금 갸름해진 것 같습니다.


지난달 잇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었습니다.

원인을 찾던 선생님께서 깨물근(咬筋: 물 교, 힘줄 근)을 만져보곤 물으셨습니다.


“혹시 평소에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나요? 턱근육이 보통사람들보다 세 배 이상 발달했네요.”


돌이켜 생각하니, 어린 시절부터 이를 악물고 살아왔습니다.

고통스럽고 억울할 때, 참고 노력할 때, 너무 좋은데 티내지 말아야 할 때마다, 항상 턱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곤 했나 봅니다.


“그 습관 안 고치면 잇몸 빨리 손상됩니다. 이 악무는 것 같을 땐 ‘엠~’ 하고 소리내세요. 따라해 봅니다, 엠~”


“엠~”


“지금 턱근육 30%만 있어도 일상생활에 아무 불편 없어요. 보톡스 주사 놔드릴 수 있으니 생각해 보고 말씀해 주세요.”


치료를 마치고 데스크에서 간호사 선생님께 묻습니다.


“보톡스 주사비는 얼마인가요? 얼마나 자주 맞아야 하나요?”


“회당 10만원이에요. 세 달마다 맞으셔야 하구요.”


“얼굴에 변화는 오나요?”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내심 얼굴이 작아지나 기대했는데 실망스럽습니다.


“아, 진짜 중요한 걸 안 여쭸네요. 아픈가요?”


단호한 표정으로 망설임 없이 답하십니다.


“네!”


“그럼 안 맞겠습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다양한 순간순간 엠소리가 들려오곤 합니다.

이를 악물지 않으니, 괜한 긴장이 줄어 마음이 넉넉해진 듯합니다.

얼굴이 0.1 밀리미터쯤 작아진 것 같습니다.

엠이 있는 삶이 준 갸름한 선물입니다.


*결론: 그래봤자다!

작가의 이전글 차돌박이 뜻 아시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