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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Mar 20. 2022

[한비자(韓非子), 법치주의의 날개]

‘한 아님’이 아니라 ‘한 날개’랍니다!

“법대로 합시다!”(원칙대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폭력적 권력이 원칙을 억누르는 세상)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여깄지~)


법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韓非子)입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한(韓)나라 왕 한안의 서자로 태어나, 인간의 품성은 본디 악하다고 주장한 순자(荀子)의 문하에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강력한 법의 집행을 통치의 기본으로 여긴 법가의 대표인물입니다.

그의 사상과 재능을 존중한 진나라의 정왕(훗날 시황제)은 그를 영입합니다.

체계적이고 강력한 법가사상을 바탕으로, 진은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통일합니다.


우리는 한비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딱 부러진 이미지와 달리, 한비자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듣기 편하게 글을 더 잘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격한 처벌만을 강조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는 백성들을 심하게 억압하는 데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반면 왕족이나 귀족 같은 특권층에게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올바른 통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많은 권세가들로부터 미움을 받았고, 끝내 모함과 시기 속에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맙니다.


한비자란 이름은 독특합니다.

공자, 노자, 장자, 주자처럼 성씨 뒤에 위대한 인물이란 의미의 자(子) 자를 바로 붙이지 않고, 한 비(韓 非)라는 풀네임 뒤에 자가 이어집니다.

먼 훗날 태어난 당나라의 사상가 한유(韓愈)에게, 한자(韓子)가 붙여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의 서열이 법가보다 훨씬 높아 그렇게 됐다네요.


그렇다면 한비자의 본명은 한 비(韓 非)는 무슨 뜻을 품고 있을까요?

이름이 외자인데, ‘아닐 비(非)’자입니다.


‘한 아님’?


아이 이름이 ‘아님’이라니!

우리는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훌륭한 뜻과 좋은 어감을 고려합니다.

도대체 무슨 미운 짓을 저질렀길래, 왕족의 이름에 이런 비극이 벌어진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날의 비(非) 자가, 다른 뜻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비(非) 자는 본래, 새의 날개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날개와 날아오름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양 날개가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을 보고, ‘대척하다’, ‘아니다’란 뜻으로 변화했습니다.

한비는 ‘한 아님’이 아니라, ‘한 날개’, ‘한 나래’를 의미했습니다.

한비라는 이름처럼, 그의 열정 어린 날갯짓에 법가사상은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법 법(法)’ 자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런 규칙’을 뜻합니다.

이전에 쓰던 치(廌: 해치수. 뿔 달린 짐승)자가 들어간 ‘법 법(灋)’자는, 옳지 못한 자를 신비로운 beast 해치수가 물에 빠뜨려 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분의 귀천을 넘어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는 한비자의 신념과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영어 단어 ‘law’의 뿌리뜻은 ‘정해진 것’, ‘고정된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정해졌으니 무작정 따르지만은 않았다는 걸, 우리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프랑스 시민혁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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