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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May 02. 2022

[가만히와 돌아이]

, 이게 뭐여. 진짜 제멋대로네.”


대학시절 영어학습론 시간, 영어의 변칙성이 짜증스러워 불만스런 혼잣말을 톨톨댔습니다.


“대두 군, 궁금한 거 있나요?”


선생님이 물으십니다.


“동사의 불규칙 변화가 너무 다양합니다. 묵음 때문에 Wednesday(웬즈데이: 수요일)를 웨드네스데이로, corps(코어: 부대)를 코르프스로 암기하다보니, 가끔 원래 발음을 까먹습니다.”


“에이, 너무 엄격하군요. 완벽하게 규칙적인 언어가 어딨겠어요?”


선생님의 상냥한 답변에, 푸념이 이어집니다.


"어휘 구성의 논리도 그렇습니다. eleven은 ten-one이라고 쓰면 더 명확하지 않나요?”


싸늘합니다.

강의실 공기가 시베리아기단보다 차가워집니다.

급우들의 한숨과 웃음이 버무려져 들려옵니다.


사실 ‘ten-one’ 질문은, ‘초능력 인간’이란 영어 SF소설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주인공 소년이 어른들에게 물으며 천재로 인정받습니다.

아쉽게도 저만 그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

천재 흉내를 내보려다가, 초딩보다 어리숙한 대학생의 왕관을 득템합니다.


우리사회는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에 냉소적입니다.

그런 풍토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비논리적 통계를, 진리로 일반화했습니다.


우연히 읽었던 ‘한국어 공부하다 빡친 일본인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유머 소재로 화제가 됐지만, 저는 이분을 존경합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답답하고 힘들었을 겁니다.

그의 생각과 태도는 훌륭한 논리와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렇게 분석적으로 생각한 한국인이 몇이나 있을까요?


애니웨이, 일본형아.

저도 일본어 힘들어요.

'오츠카레사마데시따'나 '아리가또 고자이마쓰'에 좌절했었어요.

일본어의 은유적 표현은, 한국인 상식으론 쉽게 이해하기 벅차답니다.


*오츠카레사마데시따(お疲れさまでした): 수고하셨습니다.

- 오(지미사: 예쁘게 꾸미는 말)

- 츠카레(피로)

- 사마(왕자, 공자)

- ~데시따: ~였다.

‘피로왕자님이셨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有り難う 御座います): 고맙습니다.

- 어려움이 있다, 자리에 있는데

---> 당신의 도움에 너무 고마워,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대개 ‘괴짜’나 ‘돌아이’, ‘싸이코’란 별명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중간에 머물렀을 이들의 상상과 용기가, 이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다양한 발명과 아이디어 비즈니스들이 이를 말해줍니다.

돌아이들의 모험이 존중받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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