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도 아닌데
오늘도 싱그런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 저녁 오랜 벗 시엔형님과 홍콩식 중식당에서 맛깔스런 메뉴에 시원한 생맥주를 마셨거든요... 이슬 섞어서...
자리를 옮겨 루프탑 치킨집에서 버터 황태구이에 시원한 생맥주를 마셨거든요... 1차처럼 섞어서... 많이 섞어서...
취기는 허기로 이어져, 집에 도착해 풀무원 돈코츠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돈코츠(豚骨: 돼지 돈, 뼈 골)란 돼지뼈를 고아 육수를 낸 라멘입니다.
풀무원이 만든 라면 중 유일하게 맛이 훌륭한 녀석입니다.
풀무원은 '풀이 무성한 동산'이 아닙니다.
'풀무'란 대장간 화덕에 바람을 불어넣어 화력을 높이는 도구입니다.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인 '불무'가 '풀무'의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불을 통해 나온 새로운 연장들처럼 "풀무질로 새 사람을 만드는 터전'이라는 창업 이념을 담은 이름이 바로 '풀무원'입니다.
대장간은 순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대장간(대장間)'이라고 나오고, '쇠를 달궈 연장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해석합니다.
단어의 핵심인 '대장'은 '대장일일 하는 노동자'로 나옵니다.(이런 축복받을 휴먼비잉, 정신세계 칙칙폭폭하게 만드는 대장입니다.)
죽으라고 뒤져서 찾은 단어가 중국어 '철장포(铁匠铺: 쇠 철, 기술자 장, 가게 포)'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티에지앙푸'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말 한자발음 '철'의 중국어 발음이 '티에'입니다.
대장간을 '쇠를 장인들이 다루는 공간'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인간 대장간' 풀무원이 만든 '돼지뼈 라면' 국물에 밥 말아서...
그래서 새벽에 화장실 거울을 보니 두 눈과 볼이 장수말벌에 쏘인 듯 퉁퉁 부었습니다.
장수 말벌은 오래 사는 '장수(長壽)'가 아니라, 용맹스런 군인 '장수(將帥: 거느릴 장, 우두머리 수)'를 의미합니다.
'말'벌의 말은 천리마나 적토마가 아니라, '떡대가 큰 녀석'을 뜻하죠... '그런 씩씩한 녀석에게 쏘인 듯 얼굴이 퉁퉁퉁~
향긋한 양치질은 신나는 출근길의 발걸음을 300그램 더 사뿐하게 만들어 줍니다.
'양치'를 한자어 '양치(養齒: 가꿀 양, 이빨 치)'로 생각했는데, 시작은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닦은 '양지(楊枝: 버들 양, 가지 지)'였다고 합니다.
앞니, 윗니, 아랫니, 어금니 순서로 두 바퀴 순회공연을 펼칩니다.
사랑니는 닦지 않습니다.
없으니까요.
내 삶에 사랑 따윈 멸종돼 버렸으니까요.ㅠㅠ
이제 혀 차례입니다.
혀를 닦은 순간은 '심판의 시간'입니다.
전날 얼마나 퍼붓고 쉬었는지의 업보에 따라, 헛구역질이 나오거나 토악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욱~!!!"
아, 잔혹한 심판을 받아 치약거품을 뱉습니다.
어!!!
그런데 색깔이 붉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두 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잇몸에서 난 피인가? 치과 진료 마친 지 얼마 안 지났는데? 이 돌판매자 덴티스트 아저씨!!!'
'식도 출혈인가? 이제 난 죽는 건가? 아직 에버랜드도 못 가봤는데... 나는 왜 이리 헛된 시간을 보냈단 말인가... ㅠㅠ'
양치질을 마치고 주방에 계신 어머니께 작별을 고합니다.
"엄마, 이 닦다가 저 피 토했어요...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너 토마토쥬스 마셨잖아."
아... 화장실 들어가기 전 어머니께서 갈아주신 토마토쥬스를 반 컵 정도 들이켰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당장 죽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에 벅찬 행복에 젖습니다.
Tomato는 중미 원주민들의 나후아틀어로, '부어오른 열매(swelling fruit)'를 뜻합니다.
"엄마, 토마토가 멕시코 원주민 말로 퉁퉁열매래요."
어머니가 시크한 표정으로 답하십니다.
"아들, 오늘 토마토네..."
"엄만 팥쥐엄마야!!!"
팥쥐가 '팥을 먹는 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넝마주이처럼 '팥을 줍는 팥주이'와 '콩을 줍는 콩주이'가 아닐까 유추해 봅니다.
"늦겠다, 얼른 출근해, 팥쥐야."
아... 그래서 제 성품이 속 좁고 샘이 많나 봅니다.
오늘도 푸릇한 '팥쥐 토마토'의 하루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