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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군법통치', 탄핵은 '내쫓자’

계엄으로 개판됐다

by 어풀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표되었습니다. 쿠데타는 신속히 실패했으며, 야당은 내란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 중입니다. 오늘은 되도록 핵심 단어들의 어원만 풀겠습니다.


1. 비상계엄(非常戒嚴), ‘군법통치’

비상계엄(非常戒嚴:아닐 비, 평범할 상, 막아 지킬 계, 혹독할 엄)이란 ‘평소와 다른 긴급상황에서 혹독하게 지키다’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전쟁, 내란 등 긴급하고 심각한 위기로, 사회 질서가 극도로 불안해 정상적 국가운영이 불가능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비상 통치 시스템’입니다. 계엄사령관이 계엄 지역 안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관리합니다.


영어사전에서는 'emergency martial law'라고 가리킵니다. 단어들만 해석하면 '긴급 군사법령'이고, 실질적 의미는 ‘군법통치’입니다. 비상상황이라 행정, 사법, 교육, 산업, 언론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이, 임시방편으로 운영될 우려가 큽니다. 전문인력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활용되지 못한 채로.


Martial law의 ‘martial’은 로마신화의 전쟁신 ‘마르스(Mars)’에서 왔습니다. 지구의 이웃별 화성도 Mars로 부릅니다. 별의 붉은 핏빛에서 전쟁터 광경을 연상한 듯 보입니다.


2. 쿠데타(coup d’État), ‘국가에 대한 반역’

쿠데타는 ‘반역’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Coup’는 ‘가격/충돌’을, ‘d’(de)’는 ‘~의/~에 대한’을, ‘état’는 ‘상태/국가’를 뜻합니다. 영어로는 ‘국가에 대한 가격(stroke of state)’로 해석합니다.


종종 ‘구테타’로 발음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구테타의 어감이, 군홧발로 시민을 두들겨패는 ‘구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3. 내란(內亂), ‘내부의 반란’

내란(內亂: 안 내, 난리 난)은 국가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반란’을 뜻합니다.


내란의 영단어 ‘rebellion’은 ‘반란’을 뜻하는 라틴어 ‘rebellionem’에서 왔습니다. ‘반란을 일으키다’란 의미의 ‘rebellare’가 뿌리로, 여기서 ‘re’는 ‘반대로(against)’를 ‘bellare’는 ‘전쟁을 벌이다’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의 대상은 외부 국가나 세력인데, 자국 주권을 침범하는 난리로군요.


4. 농단(壟斷), ‘불공정한 이익 독점’

이번 내란의 근본 원인으로, 농단을 지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농단(壟斷: 언덕 롱, 자를/가파를 단)이란 ‘불공정하게 재물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가파른 언덕의 꾀돌이 장사꾼’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옛날 중국에 영리한 상인이 있었습니다. 본인만 아는 도시가 훤히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 물건을 팔 장소를 정해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지금 시각에서는 훌륭한 사업가이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야비한 장사꾼이었나 봅니다. 농단의 ‘언덕 농(壟)’자를 발음이 같은 농양의 ‘고름 농(膿)’이나 희롱의 ‘가지고 놀 농(弄)’자로 오해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농단의 영단어는 ‘monopoly’, 즉 독점행위를 뜻합니다. 제 생각에는 정치권력의 부패를 의미하는 ‘political corruption’으로 대체하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Corruption’은 ‘함께 깨지다’란 뜻이죠. 부패는 패거리로 벌어져 생긴 단어 같습니다.


5. 탄핵소추(彈劾訴追), ‘꾸짖어 내쫓자’

탄핵으로 줄여 부르는 ‘탄핵소추(彈劾訴追: 힐책할 탄, 꾸짖을 핵, 호소할 소, 쫓을 추)’란 ‘잘못을 지적해 (권좌에서) 내쫓자는 호소’를 말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고귀하신 분들은, 허물이 있어도 처분이 어려워,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발의합니다.


탄핵의 영단어 ‘impeachment’는 ‘족쇄를 채우다’란 뜻입니다. 후기라틴어 ‘impedicare’에서 온 말로, im은 ‘안에(in)’를, pedica는 발수갑인 족쇄를 의미하며 발을 뜻하는 인도유럽조어 ‘ped’가 뿌리입니다. ‘권한을 방해하다/저지하다’란 뜻입니다.


6. 하야(下野), ‘밖으로 나가 버리고’

하야(下野: 아래/내려올 하, 들 야)는 ‘권력에서 내려오다’란 뜻입니다. 여기서 ‘들 야(野)’자는 ‘권력을 갖지 못한’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비집권당을 ‘야당(野黨: 들 야, 무리 당)’, 정권과 같은 몸인 정당을 ‘여당(與黨: 같을 여, 무리 당)’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배경입니다.


하야의 영단어는 resignation입니다. 포기하다란 뜻의 동사 resign에서 왔습니다. Re는 ‘거꾸로(against)’를, sign은 ‘서명/표기’를 뜻합니다. 보통 무엇인가 소유할 때 서명을 하죠. 거꾸로 서명하는 resign은 ‘물러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7. 국회(國會),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의회’

앞으로 진행될 모든 절차에는 국회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국회(國會: 나라 국, 모임 회)란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존엄한 기관’입니다. 국회의원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소중한 의견을 실현하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영단어는 National Assembly. Assembly는 ‘모임’을 뜻합니다. 또 다른 단어 congress는 라틴어 congressus에서 온 말로, ‘함께(com) 걷다(gradi)’란 의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2월 13일 오전입니다. 부디 함께 걸어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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