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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mon, 힘차게 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by 어풀


“아빠는 왜 연어만 드세요?”


오래 전 다섯 살이던 아이와 함께 뷔페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접시에 수북히 쌓인 훈제연어를 보고 아이가 묻습니다.


“우리 꼬맹이는 김밥을 많이 담아왔네~”


“맛있어서요!”


“아빠도!”


아이가 뭔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합니다.


“저번엔 아빠가 맛있는 거 많이 가져오셔서 좋았는데, 오늘은 연어밖에 없어서 속상해요.”


“음. 직접 골라 보는 건 어때?”


“아빠 게 더 맛있어요.”


마주본 아빠와 아이의 얼굴에, 씨익 웃음이 머뭅니다.

지난번 엄선해 담은 메뉴 두 접시를, 샐러드 가져오는 동안 깨끗이 비웠던 아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다음엔 아빠랑 같이 가자. 가져온 것부터 먼저 먹고.”


훈제연어를 아주 좋아합니다.

말캉한 식감에 밴 그윽한 훈연향이, 시원한 온도에 실려 식욕을 돋워줍니다.

그래서 연어만 보통 두세 차례 담아오곤 합니다.

아이도 오물오물 예쁘게 연어맛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꼬맹, 가자! 이번엔 아빠랑 맛있어 보이는 거 고르는 거다.”


아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김밥 테이블이었습니다.

김밥을 몇 개 담곤 뒤돌아 아빠를 바라보며 씨익 웃습니다.

아이 모습에 싱긋 웃음을 짓습니다.


‘푸학’ 웃음이 터집니다.

아이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훈제연어 앞이었습니다.

한 집개, 두 집개, 아쉬운지 손길이 한 번 더 닿습니다.

아… 입맛도 닮는구나…


별일 아닌 일로, 행복한 시간 속에 머뭅니다.

늦은 겨울 오후 햇살이, 따사로워 보입니다.


연어의 영어단어 ‘salmon’의 뜻은 ‘뛰어오르는 이(leaper)’입니다.

라틴어 salire와 salmonem을 거쳤습니다.


한자어 연어(鰱魚)의 연자는 ‘연어 연’인데, 이 연자엔 ‘이어지다’, ‘잇닿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올 때 대규모 무리를 지어, ‘이어진 듯’ 이동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함께 꿈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세상을 고대합니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존경 받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랑 받는 미래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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