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y 송동주

머리카락 뿌리에서부터 어느새 내려앉은 흰 눈은 세월을 짐작케 했다. 살짝 내려앉았는데 순간 지금까지의 삶이라는 영화가 빨리 감기 되듯이 재생이 되기 시작하다가 일시정지되었다.


뿌리에 있던 흰 눈은 아무리 치우고자 해도 다시 쌓이고 말았다. 역시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 더욱 보기에는 좋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는 언제나 외관상 아름다웠다. 세월의 흔적이라는 흰 눈이 쌓여 메말라 보였지만 더욱 생기가 돌았다. 특히 검은색에서 흰색이 새로 자라는 모습에서는 흰색의 상징적인 의미가 떠오르기도 했다. 청결함, 신선함, 단순함. 더 나아가서 검은색이 부정적인 의미만 가득한 색이지만 흰색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기도 하고, 무궁무진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문득 멈추고 돌아보니 일시정지되었던 전편의 영화는 이번엔 빨리 감기가 아닌 정상적인 속도로 다시 재생이 되기 시작했고, 반대로 나의 새로운 영화는 빨리 감기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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