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심리상담 교육센터를 열었던 제주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님이 나와 서울 센터 스텝 모두를 데려간 그 집은 영어교육 도시의 중심 주택단지에 있었다. 2층 복도 끝, 계단 바로 옆, 나란히 서있던 붙박이장을 보면서, 그 벽장문이 우리를 숨겨진 널찍한 공간으로 초대할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 다락방은, 그 집을 우리의 제주 센터로 결정하게 된 몇 이유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락방이 주는 낭만과 현실적 유용함에 우리 모두는 매료되어 한참을 서성이며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느라 바빴었으니 말이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나니 마치 등단을 한 듯 벅차고 기뻤다. 처음 세 글은 작가 신청글을 그대로 발행했고 네 번째의 글 '거듭남'은 작가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걸 꺼내 발행했다. 한데 망했다. 이미지 바꾸는 작업을 하다가 그만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진짜 왕초보의 서투름에 나 스스로가 한심스러웠지만 결국 어이없이 글을 날리고 말았다. 아직 기능이나 역할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탓이다. 작가 서랍을 다시 열어보니 거기에도 없다. 같은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지 작업 편집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용법에 대한 무지 탓에 한참을 헤맸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마음속 다락방에서 놀며 일하며 실험하며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열기에 후끈거린다.
제주센터 다락방 창문에서 내려다 보이던 곶자왈은 제주도의 허파라 불리던 원시림 같은 숲이었고 청량한 산소의 무한 공급처였다. 난 영감과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다락방에 올라갔고 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곶자왈 공기를 호흡했었다.
지금의 내게는 브런치가 곶자왈이다. 영감과 휴식이 필요하면 난 브런치 서핑으로 기분 전환과 두뇌 충전을 꾀하니까.
내 글을 읽어주는 작가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좋다. 우주를 품은 다락방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다.
자기 작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브런치라는 벽장문으로 나를 이끌어주었고 종국에는 널찍한, 우주를 품은 다락방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어쩌다 힐끗 곁눈질을 하면서도 들어설 엄두도 못 냈던, 베일에 쌓여있던 방, 내가 아주 어린 날부터 막연히 그러나 맹렬하게 들어가고 싶었던 곳으로 말이다.
내게 브런치는 곶자왈이자벽장문이고 다락방이며 동시에 꿈꾸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재밌게 놀면서 언어라는 연장을 정성껏 갈고닦아 감각과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글로 무엇이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섰으니 말이다.
낭만과 상상력과 창의력이 웅숭거리는 건 글 쓰는 정령들의 따스한 시선이 여기저기 골고루 천천히 옮겨 다니는 까닭일 게다. 그리고 글 읽는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리고 부지런한 손끝 놀림이 경쾌하기 때문일 거다. 브런치라는 다락방에서는. 해서, 나도 나니아처럼 더키의 연대기를 언젠가는 이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