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시험에 합격한 뒤로 한 주에 한 번씩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합격턱'을 내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아이가 1학년일 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봐와서 이모와 삼촌이라고 부르는 선배님과 후배들을 만났다. 서로 알게 된 지 올해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언제 만나도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것처럼 반갑고 어색하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이다.
학교 회식에 아이를 데리고 가도 눈치는커녕 오히려 아이의 접시에 고기를 구워 먼저 놔주시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회식 장소를 골라 배려해주시고는 하셨다. 아이를 유달리 잘 챙겨주셨던 선배님을 아이는 '형님'이라고 부른다. 후배들은 언제나 나와 아이에게 따뜻한 말과 행동을 아끼지 않았다. 출장을 가는 길이면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살뜰하게 챙겨주기까지 했다. 합격턱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내가 늘 고마워하고 아낌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맛있는 음식과 그간 못다 한 이야기들로 시간을 채워가던 시간은 따뜻했다.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들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사람들하고 있으면 이렇게 나는 늘 편했다. 무엇보다 내게 좋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축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합격해서 이렇게 밥 살 시간을 그리면서 공부했어요." 맞는 말이다. 너무 힘들 때는 나 잘되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 잘되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안될 이유가 없지 않냐며 멘탈이 무너지던 순간들에 다시 힘을 내서 공부를 했었다.
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을 때 아이가 늦은 시간 혼자 집에 잘 있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후배에게 전화를 건넸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이와 후배의 유쾌함이 그대로 느껴져 웃음이 나 앞에 놓인 맥주를 기분 좋게 한 모금 들이키게 된다. 내 기분처럼 맛이 시원하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옆자리 후배를 시작으로 아이의 통화는 형님과 삼촌으로 이어진다. 사춘기 아이가 이렇게 편히 통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
마지막 통화까지 끝나고 후배한테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를 건네주던 후배가 표정이 짐짓 심각하다.
"아... 엄마 합격해서 만나고 있고 축하한다고 했더니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하네요. 그 말을 전하며 갑자기 덩치 큰 남자 후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말을 들으니 나 역시 괜히 눈물이 났다.
나와 아이가 어떻게 지난 시간들을 견디어 왔는지를 이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의 말에 후배가 마음이 아렸던 것 같다. 아이가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후배도 느꼈을 것이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선배가 한마디 거든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아무렴요. 아이한테도 저한테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 에너지들을 이렇게 나눠주고 계시잖아요.'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조용히 잔을 들어 밝게 웃으며 외쳤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