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출장으로 비행기를 탔다. 가고 싶은 여행과 달리 가야만 하는 출장은 시작 전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런 출장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 있다. 비행기의 창가 좌석을 예매하고 동그란 창문을 옆에 두고 내려간 커피를 마시며 밀도감 있게 준비한 책을 읽는 것이다. 커피를 가득 담은 텀블러 뚜껑을 열자 옆사람이 향을 느꼈는지 쳐다보길래 '한 잔 드실래요?' 말할 뻔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됐다. 책에 코를 박고 열심히 읽던 어느 순간 책과 텀블러에 밀린 핸드폰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둘 곳을 찾았다. 앞에 있는 주머니에 넣자니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려 나중에 잊게 될까 봐 주저할 때 눈높이에 작은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폭도 넓지 않고 잠깐 두기에 딱 인 것 같아 그곳에 기내 안내 팜블렛과 함께 핸드폰을 두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하늘과 바다 풍경이 예뻐 사진을 찍어두려고 핸드폰을 찾는 순간. 핸드폰이 사라졌다! 분명 끼워두었는데 없다! 평온하던 마음이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널뛴다. '어디 간 거지?' '설마 안으로?' 틈에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넣어 더듬었다. 안에 있다! 그런데 손이 들어가지를 않으니 꺼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내 핸드폰은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고 난 꺼내야만 한다. 일주일 출장에 핸드폰 없는 삶은 상상이 안 됐다.
첫 시도는 손가락 하나만 넣어 핸드폰을 옆면에 붙여 가장자리를 타고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시도는 했으나 손가락 하나로는 0.1mm로 들어 올릴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인형 뽑기 기계처럼 양쪽의 검지를 넣어 동시에 올려보려고 했다. 올려지기는 하는데 손가락 두 개가 오롯이 안으로 들어가 움직일 공간이 없으니 들어 올려지기는 하나 꺼낼 수가 없다. 하필이면 비행기 탑승 전 핸드크림을 바르니 손이 닿아도 올릴 때 맥없이 핸드폰이 미끄러졌다. 나의 시도는 5분 정도 계속됐다. 갑자기 책을 읽던 마흔 중반의 여자가 손가락 두 개를 앞에 있는 팸플릿 거치 공간에 손가락을 넣고 바둥대고 있으니 옆자리 승객이 놀라 쳐다본다. 나와 핸드폰의 사투를 느꼈는지 앞자리 승객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불편함을 넌지시 내보였다. 미안함이 밀려와 그냥 비행기가 멈추면 제일 마지막에 내리며 승무원에서 부탁을 해보자 했다. 핸드폰은 분명히 저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았다. 꺼낼 수 있을 거라는 온갖 긍정의 암시로 나를 달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좁은 공간이다 보니 자세가 불편해 기내 테이블을 이용하려고 좌석 앞 테이블을 내렸다. 그 순간! 내 눈앞에 삐딱하게 매달려 있는 핸드폰이 나타났다. 뭐지? 찬찬히 보니 내가 핸드폰을 넣어둔 공간과 테이블 공간은 사실 하나의 면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팸플릿이 밑으로 빠지지 말라고 작게 걸리는 부분을 만들어 두었는데 거기에 핸드폰이 있었다. 순간 헛! 하는 웃음이 탄식처럼 터졌고 오랜만에 달그락거리던 심장도 차분해졌다. 나같이 핸드폰을 윗구멍에두고 못 찾아 아등바등 대는 사람이 있었는지 혹은 있을지 모르겠다. 기내에서 나름의 인형뽑기 기계 놀이를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핸드폰은 그냥 손에 들고 있던지 주머니에 두는 것을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