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진료 의자에 앉으려다 의사 선생님의 책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른 진료실에서는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키보드가 있었다. 키마다 알록달록 색이 다르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기계식이라 유달리 타건감이 좋을 것 같아 보이는 키보드였다. 키보드를 보고 의사 선생님을 보니 어쩐지 친근감이 생겼다. 작은 진료 공간에서 자신의 기분을 환기시켜 줄 만한 무언가를 둔 의사 선생님의 마음을 살짝 엿본 기분이었다.
학교를 벗어나 교육청이라는 다소 딱딱한 공간에서 책상 하나만큼의 내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일상 속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에서 자기의 취향을 살린 무언가를 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선배 장학사님들은 나보다 먼저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각자만의 소중한 아이템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한 선배는 책상을 자기만의 미니 다실처럼 꾸몄다. 머그컵이나 텀블러 수준이 아니라 보이차를 우리는 자사호와 전용 찻잔, 주전자까지 제법 멋지게 책상 한편을 만들어 두시고 차를 즐긴다. 자주 못 드셔도 그냥 그렇게 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하셨다. 또 다른 후배 장학사는 책상 위를 귀엽고 독특한 식물들로 꾸며 놓았다. 하늘하늘하고 풍성한 잎을 가진 아스파라거스 나누스 식물을 후배 장학사님의 책상에서 처음 보고 그 매력에 나 역시 빠져버렸다. 우리 팀 막내는 책상 위를 귀여운 짱구캐릭터 굿즈들로 채워놓았다. 막내의 자리에 갈 때마다 캐릭터들에게 나도 모르게 반가운 눈인사를 하게 된다. 이들을 보며 평상시 깔끔한 게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 책상에도 나를 잠시나마 위로해 주고 기분을 환기시켜 줄 것들로 채웠다.
집에서 고이 모셔두었던 찻잔을 두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어울리는 받침, 작고 귀여운 식물을 두었다. 보이차를 머그컵에 한 번에 내려 마시던 나에서 자사호에 찻잎을 덜고 세차를 한 뒤에 여러 번 차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 나로 변했다. 일상 속의 쉼표처럼 이 몇 분의 시간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다. 무례한 사람들의 말에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면 내려둔 차를 천천히 마시는 것으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느 순간 밀려오는 눈의 불편함을 몇 초간의 식물 멍으로 달래 보기도 한다. 이것들은 돌하르방처럼 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만 있던 나를 억지로라도 일으키게 한다. 사무실 속에서 잠시 간의 일탈로 나는 고속 충전모드로 에너지를 얻고 위로를 받는다.
조금 더 일상을 알록달록하게 채우고 싶어지는 나날이다. 물건에도 감정이 있는지 내가 자리에 있는 물건들을 아끼면 아낄수록 더욱 다르게 다가온다. 가만히 앉아서 일상을 위로할 방법은 사실 없다. 무언가 옆에 두어야 한다. 하루동안에 나에게 찾아오는 무수한 감정을 달래줄 그 무언가가 당신에게도 있을 것이다. 굳이 가까이 두고 위안을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