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퇴근할 때 이미 밤이 마중 나와 있다. 쌀쌀한 공기에 대충 걸쳐 입은 외투를 여미게 된다. 혼자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이른 저녁 허기를 느끼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되어 집 가까이 다다르면 내 걸음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을 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집 근처 공영주차장을 통과해 가로질러 가는 나만의 지름길도 가지고 있다.
며칠 전 어김없이 빠른 걸음으로 공영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장 후미진 구석에 한 여자가 쪼그려 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툭 하고 건드려진 쥐며느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었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고 컬이 있는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커튼처럼 가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20~30대의 젊은 여자인 것 같았다.
바삐 내딛던 내 걸음 속도에 떠밀리듯 그 앞을 지나치다가 이상하다 싶은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그녀의 어깨가 작게 들썩이고 있었다. 걸음을 돌려 그녀에게 몇 걸음 다가섰다. "괜찮으세요?" 대답은 없고 그녀는 울고 있었고 그 소리는 너무나 처연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미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 덮였음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한걸음 더 내밀며 다시 한번 물었다. "괜찮으세요?" 역시나 답이 없다. 울음소리가 더 커진 느낌이다.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아픈 상황인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어 다시 한번 괜찮냐는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울음소리가 흐느낌이 되었고 꾸역꾸역 괜찮다는 말을 나를 위해 짜놓는 것 같아 나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던 그 순간에 마지막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여전한 자세로 거기에서 울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며칠 째 떠오른다. 어떤 이유가 그녀를 주차장 한 구석에 주저앉아 흐느끼게 했는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 하나는 그녀는 그 순간 그곳에서 가장 슬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행과 슬픔이 매일 어딘가에 놓여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따뜻한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내가 괜찮냐고 그녀에게 보여준 작지만 소박한 관심이 그녀의 슬픔을 한 줌만큼은 덜어내어 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그녀의 슬픔의 나의 알아챔으로 인해 조금은 툭 하고 털어낼 수 있었기를, 조금만 슬퍼하고 슬픈 마음은 그곳에 두고 갔기를 바라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