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긴장과 설렘이 묻어난다. 지인들의 추천으로 달리기 앱을 설치하고 러닝화를 산 후 달리기 시작한 그들은 흡사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 같아 보인다. 달리기 하는 자신의 모습을 낯설어하면서도 달리고 난 후의 감정을 누군가와 꼭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서 나는 삶의 생기를 느낀다. 사무실 선배가 지인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무실에서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만 하기로 1등 하는 선배가 달리기 앱을 깔고 30분 달리기에 도전한 것이다.
"나 어제 처음 뛰었어. 땀이 많이 나더라." 첫 데이트를 하고 온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말했다.
"1분도 힘든데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수 있을까?" 1분을 달리고 2분을 걷는 인터벌 달리기로 시작한 선배에게 30분 달리기는 아득해 보이는 것 같았다.
"저도 했잖아요. 할 수 있어요. 30분 달리기 성공하시면 제가 선물드릴게요"
그 뒤로 선배는 매일 러닝앱에서 완료 도장을 하나씩 채워나갔고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1분이 5분이 되고 5분이 10분이 되어가는 동안 선배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내일 20분 쉬지 않고 뛸 건데 할 수 있을까?"
"그럼요" 시작은 수줍은 러너였지만 거의 매일 꾸준히 러닝앱에 미션 완료 도장을 채워가는 모습에서 나는 선배가 반드시 30분 달리기를 해낼 분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 뒤로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저녁 메시지가 왔다. 30분 달리기 도전의 모든 미션에 도장이 찍힌 사진과 '야호'라는 이모티콘이 전부였다. 드디어 30분 달리기 코스를의 성공을 알리는 소박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메시지였다. 요란한 불꽃놀이 이모티콘으로 축하의 답을 하며 달리기를 사랑하게 된 선배가 좋아할 만한 러닝용품을 고민하고 골랐다.
다음 날 사무실에서 만난 선배는 30분 달리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었다. 모두의 축하를 받는 선배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이제 생각해 보니 네가 한 말이 도움이 됐어."
"고작 1분, 2분 달리기가 뭐가 힘드냐 타박하지 않고 물어볼 때마다 다 할 수 있다고 해준 게 돌이켜보니 엄청 고마운 거였어."
" 할 수 있습니다!" 선배에게 러닝앱의 성우 목소리를 흉내 내며 우리는 함께 호탕하게 웃었다.
선배에게 일상의 건강한 리듬으로 달리기가 찾아왔다. 처음 1분을 뛰고 2분 걷기로 시작했던 선배는 이제 40분을 거뜬히 뛰는 사람이 되었다. 선배의 삶에도 '달린다'라는 동사가 들어온 것이다. 자기 인생은 달리기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을 고민 없이 하게 된, 달리기 할 시간을 기어코 내고야 마는 선배의 모습에서 삶의 즐거움을 엿보게 된다. 달리기가 선배를 어디까지 데려다 줄지 기대가 된다.
주변에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나이가 있는데 무리하는 것 아니냐, 조심하지 않으면 무릎 다친다, 건강하려다가 건강 망친다는 걱정의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많은 일들은 된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찾게 되고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핑계만 찾게 된다. 나도 달릴 수 있을까? 머뭇거리고 있다면 오늘 당장 운동화를 신고 단 1분이라도 뛰어보기를 바란다. 1분이 모이고 모여 당신을 다른 삶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자신에게 한계를 짓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주는 친절함을 스스로에게 베풀 수 있기를, 그게 달리기로 시작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