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늦은 오후면 2층에 자리한 단골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걸 좋아한다. 창밖으로 막힘없이 보이는 하늘과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과 뇌에 둥둥 떠있던 찌꺼기들이 조용히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사이좋은 연인들의 모습에는 살짝 부러운 시선을 담아보고, 쇼핑을 잔뜩 해서 양손이 무거워진 가족들의 모습에서는 행복한 기운을 전해 받는다. 이 길은 상가가 모여있지 않은 변두리 지역이라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데 오늘은 쌍둥이 여자아이 둘과 엄마 아빠로 보이는 가족이 내 눈길을 끌었다. 똑같은 옷을 입은 귀여운 여자 아이 둘을 보고 있자니 내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내 마음과 달리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는 무언가를 분주히 찾는 모습이었다. 한자리에 멈춰 서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요즘의 내가 종종 그러는 것처럼 차 세워둔 곳을 잊어버렸나 싶은 걱정이 일었다. 잠시 뒤 내가 있는 카페를 올려다보더니 그 가족은 카페로 들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만 테이크아웃 할게요."
"화장실은 어디인가요?" 아이들의 아빠로 보이는 분이 주문을 하며 화장실을 찾았다. 카페 사장님이 화장실의 위치를 말하니 아이의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화장실로 급히 갔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올만한 분위기의 카페가 아니여서 테이크아웃을 하나 했는데 화장실 때문이었다.
"혹시 화장실 때문에 주문하시는 거면 괜찮습니다."
사장님의 말을 듣고 아이들의 아빠는 깜짝 놀라며 정말 그래도 괜찮냐며 연거푸 감사하다고 했다. 사장님의 예상 밖 친절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지쳐 차 한잔에 기대던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의 아빠가 화장실을 다녀온 가족들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니 온 가족이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귀여운 쌍둥이 자매도 마음을 더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순간 행복한 가족이었다. 이게 정말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점점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소식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도 일상의 순간순간에는 이런 아름다운 친절의 순간들이 숨어있기에 여전히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인지 모른다.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세상에는 곳곳에서 순간순간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늘 친절의 기회가 있다는 문장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천사를 보았다. 카페를 나오며 사장님께 다른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