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든 근처의 독립서점이나 북카페는 일부러 찾아가 보곤 한다.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고 가는 게 작심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일반서점들은 담을 수 없는 따뜻한 분위기가 좋고 서점지기가 골라 정성스럽게 둔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주제를 담은 책도 있구나 놀라워할 때도 있고, 좋아하는 주제의 책들을 하나의 코너로 모아둔 곳에서는 무장해제되어 한참 빠져들게 된다. 블라인드 북이라고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서점지기의 추천만을 보고 책을 사게 되는 사람들의 용기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책 중에 한 권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늘 한 권은 구입하고 오게 된다. 온라인 서점으로 할인된 가격에 살까 고민할 때도 있지만 같은 책이라도 직접 만져보고 고른 후 읽는 책에 애정이 더 가기 마련이다.
요즘은 독립서점들마다 스탬프가 있어서 책밑이나 책 표지 다음에 있는 색깔 면지에 스탬프를 찍어주시기도 한다. 고유의 스탬프들은 디자인도 개성 있게 예뻐서 마다하지 않고 꼭 받아 오는 편이다. 언제가 책을 다시 읽게 되면 스탬프 덕분인지 그 책을 구입하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이 책은 더 정성스럽게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최근에 갔던 독립서점에서도 구매한 책에 스탬프 찍기를 원하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사장님이 도장을 정성스럽게 찍더니 갑자기 그 위로 포스트잍을 한 장 덧대어 주셨다. 진하게 찍힌 스탬프의 잉크가 맞은 책 표지에 혹시나 베어 날까 했던 것이다. 여러 서점을 다녀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아!' 감탄이 나왔다. 책을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의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상대방이 겪을 수 있는 작은 불편함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사장님의 따뜻함에 구입한 책이 더 소중해졌다.
일상의 순간에는 이렇게 마음에 작은 미소를 일게 하는 사소한 순간들이 있다. 모니터 앞에서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버둥대는 나를 눈치챈 동료가 내 책상 위에 조용히 놓고 가는 음료 한잔, 오늘도 수고했다고 퇴근길에 받은 친구의 메시지, 오늘 하루는 어땠냐는 아이의 말 한마디. 작은 걸음으로 느닷없이 찾아와서는 한 순간에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 소소한 배려로 일상의 바짝 마른 마음에 물을 주고 가는 느낌표 같은 사람들에 더 마음이 간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지극히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