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12살 지구인 이야기(14)

by 도토리

나른한 오후. 교무실 앞에 누군가 서성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눈을 돌려보니 내가 근무하는 학교 5학년으로 같이 다니는 내 아이다. 어릴 때는 내게 볼일이 있으면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거나 문 틈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웃던 아이는 고학년이 된 후로는 작은 목소리로 "저.."라고 작은 소리만 낸다. 고학년이 된 후로 자주 오지 않는 아이가 웬일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나갔다.


"엄마, 이거" 아이가 손을 내민다.

"이거 뭐야? 눈앞에 작은 초콜릿만 한 것이 놓여있었다.

"방과 후 미술에서 만든 자석이야. 내가 클레이로 만들고 코팅하고 다 한 거야."

"오. 이거 엄마한테 이거 보여 주고 싶어서 왔어?"

"응. 엄마 주려고 잘 만들었어."

"이거 스테이크 자석이야? 맛있겠는걸?"이라고 조금 과장되게 반응하며 내가 웃을 수 있는 최대치로 한껏 웃어준다.


아이가 건네준 자석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찬찬히 살펴보았다.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이런 것들 하나하나를 귀찮아하지도 않고 만들어내는 아이가 신기하다. 아이는 늘 자신이 만들어낸 소중한 것들을 제일 먼저 내게 보여주었고 선물했다.

학교에는 가끔 외부 전문강사 선생님이 오셔서 독서교육을 비롯해서 다양한 교육을 해주는 시간들이 있다. 강사 분들 중에는 아이들의 참여도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 활동에 상품을 주거나, 발표를 잘하거나 잘 활동한 친구들에게 상품을 주기도 한다. 아이는 의외로 그런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이다. 1학년 때부터 늘 내게 무언가를 가져온다. 가끔은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상품으로 받으려고 열심히 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엄마는 책을 많이 읽으니까 이게 필요할 것 같았어." 하며 내밀었던 형광펜, 색연필, 스티커, 예쁜 캐릭터 달린 연필 등 아이는 정말 자신만의 노력으로 얻은 것들을 보부상처럼 가끔 내게 건넸다. 1학년 때는 하굣길에 막대사탕을 내밀며, "이거 두 개 받았는데 하나 엄마 주려고 안 먹고 남겨뒀어."라며 작은 주머니에서 사부작 거리며 반쯤은 녹은 사탕을 꺼내 건네기도 했다.


어제 우연히 김영하 작가 북클럽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인생에게 자기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은 누구였나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내게 가장 다정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은 단연코 내 아들이다. 나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그러나 지금은 조금 덜 다정한 앞으로는 조금 더 덜 다정할 사춘기 내 아들이 내게 얼마나 다정한 존재였는지 아이는 알까? 아이로 인해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매 순간 나는 참 행복했다.


"엄마. 나 잘했어?"

"응. 열심히 공부하고 받은 건데 엄마한테 선물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이거 필요한 거 어떻게 알았어?"


눈을 감으니 수년 전 하굣길 아이와 나누던 대화 장면이 떠올라 얼굴에 웃음이 인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작은 친절과 다정함을 받은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추억들은 가끔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아이에게 웃어줄 여유 물질을 아이가 내게 내어주었던 추억의 한 조각으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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