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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4. 2021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삶이 진동하는 책(4)

국립국어원 표준 대사전에 보면 말하다는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말로 나타내다'라고 나와 있다. 생각이나 느낌을 말로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살아오면서 많이 느낀다. 내가 원하는 바를 잘못 전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헤매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말을 하고 다음에 어떤 말을 해야 되는 건지 머뭇거려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 뜻과 다르게 말이 시작부터 입에서 나오지 못해 말을 더듬거리게 되는 상황이 가장 말하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일 것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책 읽는 곰, 2021)의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 아이다. 이 책은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자연과 가족의 사랑으로 아이가 받아들이며 커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자신에게는 많은 소리들이 들리지만 그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느끼는 아이. 혀가 뒤엉키고, 자신의 입술이 지워지는 것 같고, 낱말들이 목구멍에 달라붙는 것 같아 그저 웅얼거릴 수밖에 없다고 믿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학교는 맨 뒤에 앉아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라는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서 말해보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비웃는 친구들. 친구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속상함이 더 컸을 아이.

그런 아이의 마음을 느낀 아빠는 하굣길 조용히 아이를 강가로 이끈다.


"발표를 잘 못했나 보구나."

아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어요.

"우리 어디 조용한 데 들렀다 갈까."

강가를 거닐며 슬퍼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를 끌어당겨 어깨동무를 해주며 아빠가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강물처럼 말한다'를 마음에 새기며 당당한 강물처럼 자신도 말해보려고 애쓰고 결국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그 강에 대해서 학교에서 말하게 된다. 강물처럼.


이 책에서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탓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아이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자연이라는 공간과 아빠의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라고 해준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마법의 언어로 다가왔던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 아이가 겪었을 상황과 마음이 눈에 그려진다. 실제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입을 닫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모르겠어요'로 자신의 생각에 열쇠를 채워버리는 경우를 본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1학년 아이들을 작년에 가르칠 때는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이제 갓 1학년이 되어 한글을 배운 아이들은 말하기보다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과정에서도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오늘은 읽기가 어렵구나. 다음에 해볼까?"

"네"

"대신에 다음에 할 수 있게 되거나 하고 싶으면 말해줘" 아이는 그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그 표정, '다른 아이들은 잘 읽네'하는 표정.

아이들은 전부 다 잘하고 싶어 했다.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것임을 그리고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아이가 가진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존중하며 옆에서 봐줄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책이다. 

아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나라면, 내가 한 말 한마디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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