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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07. 2021

아이의 짜증

12살 지구인 이야기(34)

월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7시 28분. 길어진 밤만큼 나의 잠도 늘어버렸다. 지나치게 늦은 아침!

학교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다.

요새 아이들 말을 빌리면 지각각다.

아이를 깨우고 급히 아침을 챙기는데 방에서 아이가 큰 소리를 내며 침대를  내리치고 있었다.  짜증이 제대로 얼굴에 녹아나 있고 침대는 샌드백이 되어 이불이 푹푹 꺼져 들어간다.

안 그래도 바빠 정신이 없는데 눈앞에 펼쳐진 사춘기 소년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되나 싶어서 화가 나는 마음을 누르며 가만히 쳐다봤다. 

너 왜 그러냐고 날 선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려던 그 순간!

아이눈도 뜨지 못하는 얼굴로 울먹이듯 나를 보며 말했다.

"마. 나 너무 졸려"

그 표정을 보 얼마나 졸렸으면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일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말했다. "엄마도 너무 졸려"

안 그래도 학교 제일 가기 싫은 월요일 아침에 왜 이리도 잠이 안 깨고 졸린 것인지 아이와 나는 같이 '으... 졸려!' '완전 학교 가기 싫어!'를 외치 급하게 챙겼다. 짜증을 내던 아이는 자기보다 더 졸리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선생님이자 엄마인 나를 보고 있자니 웃긴 모양이었다.

다행히 서두른 덕에 아이도 나도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짜증이라는 뜻을 찾아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복받치는 역정이나 싫증을 내는 짓'이라고 나와 있다. 아이가 고학년이 된 후 이유를 모르겠는 짜증을 내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고들려고 하고 나름의 분석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이제 되돌아보니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그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을 평가하지 않고 받아주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 '왜 그러는 거야?'라고 화를 냈다면 아이와 나의 아침은 시작부터 얼마나 행복하지 않았을지. 일어나기 싫어 짜증이 나면 일어나기 싫은 그 감정을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아이는 내가 자기의 짜증을 해결해주기를 기대한 적이 없다. 아이가 내는 짜증은 어쩌면 솔직한 자기표현이다. 졸린데도 안 졸린 척, 힘든데도 안 힘든 척하는 게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까.

나는 아이가 더 마음껏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고 그 감정을 같이 느끼기로 했다. 이에게는 짜증 날 별거 있는 일을 별거 아닌 일 되게 같이 느껴주는 엄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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