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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20. 2021

오늘은 친구모드

12살 지구인 이야기(36)


내 아이는 외동이다. 형제가 없이 혼자다 보니 어릴 적부터 나는 엄마 역할 더하기 친구, 형제 역할까지 해왔다. 아이텔레비전으로 만화영화를 보다가도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이 나오면 한껏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 달려서 옆에 앉아 같이 웃어달라는 말이다. 그럼 나는 열심히 가서 웃기지 않아도 웃긴 척 웃어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린 시절 유행했 또봇, 카봇 로봇 변신도 내 담당이었고, 터닝 메카드 미니 자동차를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 아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의 하는 모든 놀이를 섭렵한 나는 역시나 아들 엄마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커서 자기 스스로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보고 노래도 듣고 게임도 하며 그렇게 주말을 보낸다. 나를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


토요일 오후, 주말 혼자 책장을 가만히 쳐다보던 아이가 책을 하나 집어 들며 말한다.

"오랜만에 종이나 접어볼까?"

"엄마, 우리 집에 색종이 있어?"

아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어릴 적부터 종이접기를 좋아해 미니카부터 공룡까지 다양한 것들을 즐겨 접고는 했다. 한참 보던 아이가 책을 내려놓 뭔가를 접는가 보다 했다.

"엄마 나랑 딱지치기할래?"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딱지치기!

대답을 하면 바로 해줘야 하기에 시간을 끄는 사이 아이가 내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엄마는 하면 팔이 아플까?"

괜히 아이말에 미안함이 일어 힘차게 말했다

"아직 엄마 힘센 거 모르지? 지금 하자!"

아이는 금세 딱지를 접더니 나에게 건넸다.

"엄마 꺼는 가운데 가드를 넣었어. 엄마는 못하니까 먼저 해."

내가 잘 못할까 봐 색종이를 하나 더 덧대어 조금 단단하게 만든 색종이를 건넨다.

내가 딱지를 맞힐 수나 있으려나 했는데 넘기지는 못해도 제법 타격감 있게 맞아 들어간다.

딱지를 내려치니 순간 딱 맞을 때 이게 은근히 기분이 좋다.

딱지와 딱지가 맞으면서 나는 '딱' 소리와 어쩌다 맞아 뒤집어질 때는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아 나오는 느낌다.

10번 먼저 넘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었는데 세상에나 내가 이겼다.

"봤어? 엄마 꽤 잘하지?" 


아이가 이번에는 자기도 중간에 가드를 넣겠다고 한다.

"그래! 넣고 도전해보시지!"

나의 말에 바짝 약이 올랐는지 아이가 아까와 다르게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자고 한다.

이긴 아이가 먼저 시작한다. 눈빛이 아까와는 다른 게 확 느껴진다. 다섯 번을 먼저 뒤집으면 이기는 것으로 했다,

아이가 작정하고 힘껏 내리치 단번에 내 딱지가 뒤집힌다.

"하나!" 아이가 큰 소리로 수를 헤아린다.

또 내리친다. 역시나 이번에도 단번에 넘어간다."둘" "셋!" "넷!" 연이어 네 번이나 아이의 딱지는 나의 딱지를 사정없이 내리치더니 연속으로 넘겨버린다.

이제 한 번만 더 뒤집히면 내가 진다.

나도 모르게 이번에는 내 딱지가 안 뒤집혔음 하고 손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이 갑자기 일어서서 을 높이 들어 금세라도 뒤집을 력한 파워를 내뿜 자세를 취하며 숨을 고른 뒤 내리친다.

"다섯!"

두 번째 에서는 나는 한 번도 내리치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콜드 패다!

아이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가득하다.

"엄마 내일 또 할래?"

"그래!"


아이가 커서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친구모드인 엄마를 기다리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에 갑자기 일어서서 친 것은 아이의 반칙이 아닌가 싶다.

내일은 규칙을 잘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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