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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16. 2021

모두 다 꽃

나는 학교에서 과학수업을 전담하고 있다. 늦게 들어온 아이가 어오는 순간 책상을 이유 없이 앞 친구 자리로 쾅 쾅 소리를 내며 서너 차례 내리친다

친구의 알 수 없는 행동에 겁을 먹은 아이들,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보인다.

"왜 그러니?"

대답 없이 연이어 책상을 내리치고 연필로 책상에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하필 지시약으로 용액을 분류하는 실험이라 용액들이 흔들리며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실험 도구를 치우고 같은 조 친구들에게 행여나 피해가 갈까 일단 나머지 세명을 다른 조로 한 명씩 보냈다.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있겠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은 공부해야 돼. 기분이 풀리면 어떻게 도와줬으면 하는지 얘기해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했지만 나 역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수업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

여전히 아이는 씩씩거리며 화풀이 대상을 찾는 느낌이다.

겨우 아이들에게 실험을 안내하고 실험이 시작되자 혼자 앉아있는 아이에게 갔다.

"선생님이랑 실험같이 할래?"

대답이 없지만  아까보다는 눈빛이 선해졌다.

"하고 싶으면 말해 선생님이 도구들 다시 가지고 올게."

주변을 살피던 아이는 아이들이 재밌게 실험하는 모습을 보더니 나를 쳐다본다.

신호가 왔다.

조용히 도구를 챙겨 들고 아이 옆에 앉았다.

"선생님이랑 같이 하자. 제일 먼저 뭐해야 될까?

"이걸 먼저 바닥에 두고 홈판을 올려야 돼요"

다행히 아이가 대답을 해준다.

"그래 한번 해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실험을 시작했고 끝까지 8개의 용액에 지시약을 넣어가며 실험을 마쳤다.


아이는 실험 도구도 정리하고 기분 좋게 수업을 끝내고 인사까지 하고 나갔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의 행동을 다그치지 않 보듬어 줄 수 있었던 나에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휴... 너 잘했다."


아이들 특히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인 고학년 아이들은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 금세 난폭해지기도 하고 가라앉는다. 순간에 선생님 나까지 바로 혼을 내고 같이 반응하며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면 감정에 스파크가 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저 아이의 마음이 내려앉을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견디기에 힘 삶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잉행동장애로 매일 약을 먹는 아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사는 아이, 위탁가정에 사는 아이 등 어른인 나도 들으면 그 힘듦이 전해져 가슴이 아릴 때가 많다.

'이 아이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라도 아이를 탓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모든 아이들은 다 그저 예쁜 꽃이다. 쁘게 피게 도와줄 기회가 나에게는 많아 도리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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