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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31. 2022

귀엽지는 않지만

13살 지구인 이야기(8)

페이스북 계정이 있지만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가끔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과거의 오늘'이 알림으로 뜬다. 6년 전 오늘, 1년 전 오늘이라고 뜨는 알림을 보면 나는 그 장소, 그 시간, 그 사람 속으로 잠시 여행한다. 과거의 경험이 주는 따스함과 가끔은 안타까웠던 일상의 기억들은 무료한 일상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지금 나의 삶에 감사하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2~3살 때 처음 페이스북을 시작했으니 페이스북은 말 그대로 아이의 귀여운 모습들로 가득 차 있다.  혼자 처음 한글을 써본다고 연필을 꽉 쥔 야무진 모습, 햇살 좋은 날 놀이터를 뛰어다니던 모습,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하교 길 차 안, 특히 아이가 태어난 생일은 아이의 자람을 한눈에 느끼게 해 준다.


그런 과거의 모습을 한참 내려다볼 때면 결국에는 아이를 큰 소리로 부르게 된다.

"이리 와서 이거 좀 봐봐."

"엄청 귀엽지? 너 이렇게 귀여웠어!"

"음... 나지만 꽤 귀여웠었네."아이도 설핏 웃는 표정을 지으며 늘 자기의 어린 시절이 귀여웠음을 인정 해주곤 한다.


우리 집은 내가 빨래를 거둬들이면 아이가 빨래를 갠다. 오늘도 조용히 마루에 앉아 한참 빨래를 개던 아이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엄마, 나 크니까 귀엽지는 않지만 제법 쓸 만은 하지?"

"응! 엄청 쓸만해. 빨래 잘 개고 있지?"

"엄마, 그런데 아기 때만큼은 귀엽지는 않지?" 여느 때와는 다른 목소리로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 지금도 엄청 귀여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나를 보더니 아이가 머쓱하지만 기분 좋은 표정을 되찾았다.

어떤 마음에서 아이가 '귀엽지는 않지만'이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13살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인 나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고 귀여움을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었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귀여울 때만 잘할 때만 좋아하면 엄마겠니? 부모라는 사람은 귀엽고 잘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못하거나 미울 때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매번 웃는 얼굴로 너를 대할 수는 없지만 화를 내놓고도 네 마음이 다쳤을까 전전긍긍 잠을 못 자고 나 스스로를 탓하는 게 엄마란다.

네 말처럼 예전의 그 귀여움에 어느새 엄마는 무뎌졌을지 몰라도 너는 귀여움에 더해 또 다른 재미를 나에게 주고 있단다. 내게는 과거에도 귀여웠고 현재에도 귀엽고 미래에도 귀여 내 아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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