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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30. 2022

이게 무슨 일이고!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무심코 본 알림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헐!' 소리가 제대로 나온다. 어제 올린 브런치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다. 돌파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참 에너지 넘친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다음 메인에 뜨는 경우나 볼 수 있는 조회수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알림을 보여주니 아이의 작은 눈도 동그랗게 커진다.

"엄마 글이 또 다음에 뜬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지?"

"이게 무슨 일이고!" 아이는 나보다 더 좋아한다.

지난번 브런치북처럼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이 되었나 보다 하고 재빨리 검색을 해봤지만 바로 보이지는 않았다.

연신 카운트가 올라가는데 정작 나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내 글이 노출이 되었는지 찾지 못하고 헤맨다.

어찌 되었든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어 다음에 노출이 되었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사실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고 글을 쓰진 않았다. 그저 아이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느낌이 휘발되는 것이 싫어 붙잡아 두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저 재미있어서 쓴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이에 대해서 쓴 글을 아이에게 보내고 나면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된다. 같은 사람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지는 느낌으로 아이와도 여러 번 사랑에 빠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적고 나면 나를 돌아보며 말 그대로 착해진다. 자연을 돌아보고 세상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 사람에 더 감사하게 된다. 아마 이게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이유와 동기 일지 모른다. 


김영하 작가는 글을 쓰지 못하는 99가지 이유가 아닌 글을 써야만 하는 1가지 이유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글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순간 우리 모두는 작가이며 예술가란다. 작가도 예술가도 나에게는 아직은 꼭 들어맞지는 않는 옷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일부러 나를 만나면 '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후배, 글을 읽고 참 재미있었다고 연락이 오는 친구, 나보다 더 꼼꼼히 읽고 띄어쓰기까지 체크해서 보내주는 친구, 나 몰래 라이킷 수와 구독자 수를 헤아리고 있는 아이까지 이미 그들은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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