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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25. 2022

선택과 결과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요즘은 인사이동 시기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 배정되기로 예정되었던 후배가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다. 상급기관의 실수나 착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학교 측 잘못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내 소개로 후배가 우리 학교에 오기로 했던 과정이 있었던 지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지만 고민했지만 문의를 했고 기다리라는 답변이 전부였다.

하루 종일 이 일이 해결되기만을 바랬지만 상급기관에서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이 될 수는 없다는 답변을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에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학교에서 그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과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자꾸 선생님한테 도리어 미안하다고 하더라?"

"네?"

"선생님이 중간에서 도와줬고, 와서 선생님 일을 도와주고 싶었는데 못 도와줘서 미안하게 됐다고. "

가만히 듣고 있는데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먼저 생각하는 후배라니.

전화를 끊고 미안함에 멍하니 있는데 잠시 뒤 후배가 톡을 보내왔다. 자기를 많이 생각해줘서 애써줬는데 미안하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인연이 없으면 애초에 만날 수도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인연으로 나를 만나서 이런 마음 불편한 일을 겪게 되었는지 너무 미안해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그저 다음에는 좋은 일이 있겠지.' 하고 웃어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무기력과 우울감이 밀려왔다. 단순하게 미안하다는 말로는 모든 게 설명이 안된다.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따른다고 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수많은 변화가 생긴다.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까지는 선택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삶에서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에는 좋은 결과가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전부였다. 나쁜 경험이 있으면 좋은 경험도 있는 법. 비록 그것이 헛헛한 기대일지라도 선택이 뜻하지 않게 뒤틀린 이 일이 도리어 복이 되길, 더 좋은 결과로 후배의 삶에 나타나길 진심으로 바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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