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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09. 2022

두 번째 폭풍 성장 중

13살 지구인 이야기(11)

배드민턴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한 아이를 위해 배드민턴화를 사러 갔다. 나랑 같은 발 사이즈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아이의 발이 나보다 커졌다.

발볼이 넓어서 신기 편한 신발을 고르다 보니 예상보다 더 큰 사이즈로 사게  계속 신경이 쓰인다. 240을 생각하고 갔는데 결국 사게 된 것은 250이었다.

"발 안 불편해?"

"살짝 크긴 한데 이게 편해"

딱 맞는 걸 사면 아이가 금방 크니 오래 못 신는다는 생각 더하기 그래도 딱 맞는 게 좋지 않을까 사이에서 잠깐 진지해졌다.

아이는 그런 엄마가 신발의 크기보다 신발 가격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엄마 내가 받은 세뱃돈으로 살까?"

"아니! 엄마가 사줄게, " 


신발을 신고 아이와 한 시간을 배드민턴을 쳤다. 새 신발을 신어서 어색할 만도 한데 아이는 신나게 배드민턴 공을 때려본다. 새 신발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나 역시 기분이 뭇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 오늘 신발도 사주고 나랑 배드민턴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언제 그렇게 컸냐"

"그러게"

어느 순간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으로, 마음으로 훌쩍 커버렸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런데 오늘 아이의 발 크기에 깜짝이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 육아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읽다. 물론 책대로 육아가 되지는 않았지만 매 순간 나를 돌아보는 길잡이가 되어주고는 했었다.


 이후로 두 번째로 급격히 크는 사춘기가 왔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까칠 지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에만 신경 썼지 아이의 신체적 자람에는 내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하는 각이 들어 미안함이 든다.

지만 이 시기에 아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건 책이 아니다. 그저 더 푹 자게 하고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중요할 것이다.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찜을 꼭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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