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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08. 2022

달리기가 내게 가르쳐준 것

오랜만에 러닝머신 앞에 서서 인터벌 달리기를 했다. 리기 앱을 깔고 가끔 앱이 안내해주는 프로그램에 따라 달리고 걷기를 반복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1분에서 시작서 1분 30초, 2분, 2분 30초를 4~5세트 뛰도록 그동안 조금씩 달리는 수준을 높여나갔다. 오늘은 3분씩 5트를 달리고 세트 사이에 2분씩 걷는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인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 스쳤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출처: 런데이


3분이라는 시간 노래 한곡 정도의 시간인데 쉬지 않고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때는 길게만 느껴진다. 처음 1분이 지나도 숨이 차지는 않아 이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겠다 싶더니 2분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숨이 거칠어진다. 코로나로 KF94 마스크를 끼고 했더니 호흡이 점점 힘들어진다.

'자! 이제 30초가 남았다.'

이때부터는 이상하게도 더 힘이 난다. 끝이 보여서 그런 것일까? 30을 거꾸로 세며 달려본다.

'5, 4,3,2.1.'

한 세트 딱 3분을 뛰었을 뿐인데 몸에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지극한 소음인 체질이라 땀을 잘 안 흘리는데 이렇게 달리면 땀이 온몸에서 나온다.

내 호흡과 리듬을 느낀다. 날숨과 들숨을 지극히 느끼며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질끈 뒤로 묶은 머리카락이 내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이 나를 채찍질하는 것 같지만 나쁘지 않은 성가심이다.

결국 5세트를 무사히 달렸다.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옷은 땀으로 몸에 달라붙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못난이 얼굴이 된다.

외모는 못난이일지언정 내 마음은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버티어냈던 그 시간은 행복한 시간으로 포장된다.

'그래 오늘도 좋았어!'


이렇게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받아들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3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나는 편히 걸을 수 있다. 삶도 그런 게 아닐까?

힘든 시기라 하더라도 끝이 있고 그 시기가 지나면 조금이라도 숨을 고를 시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주어진다.

걸어야 될 때는 그저 걷기, 달려야 할 때는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기, 그리고 끝낼 때는 충분히 내 근육을 쉬게 하면서 천천히 마무리하기.


달리기 프로그램 안에서 걷기든 달리기든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삶에서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어찌할 수 없이 정해진 부분들이 있다.  순간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달리기를 위해 한발 한발 내딛었던 것처럼 내게 벌어지는 일들을 평가 없이 받아들이며 따르는 것이 전부다.

달리기의 모든 단계를 견딘 사람만이 느끼는 복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버팀으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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