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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18. 2022

발렌타인데이

13살 지구인(12)

"요즘 왜 글 안 써?" 아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이번 주는 너무 바빠서."

"난 엄마가 발렌타인데이 이야기 쓸 줄 알았는데..."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어느새 나는 노트북을 열고 그날의 일을 떠올린다.  


발렌타인데이!

아이는 달콤한 간식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와 다르게 초콜릿을 좋아한다. 몰티저스 초콜릿을 제일 좋아하고, 요즘은 가나 초콜릿도 좋아한다. 부드러운 초콜릿이 입에서 사르르 녹으며 주는 달콤함이 좋은 모양이다.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오니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예쁘게 선물 포장된 초콜릿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빼빼로데이에 아이가 한껏 신나 하던 모습이 생각나 이번에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초콜릿을 골라 미리 주문을 해두었다. 아이도 발렌타인데이를 아는지 전 날 저녁 내게 날짜가 언제인지 묻는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일 아침에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 빼빼로데이처럼 그냥 아침에 깨울 때 짜잔! 할까 하다가 아이에게 진지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메모를 남기고 출근하 아이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조용히 두고 나왔다.



사랑하는 13살 지구인!

오늘 무슨 날이지? 발렌타인데이!

엄마한테는 2010년부터 제일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바로 너야.

내 초콜릿 받아줄 거지?

6학년이 되면서 공부도 해야 될 것 같고, 해보면 어렵고 짜증 나고 귀찮지?

그래도 이것저것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거 엄마가 잘 알고 있어.

너의 노력을 더 지켜보고, 더 많이 칭찬할게.

엄마가 오늘부터 바빠져서 오랜 시간 집에 혼자 있겠구나.

항상 엄마의 이런 삶도 기꺼이 응원해주는 내 13살 지구인! 사랑한다.


2022. 2. 14.

엄마가



출근을 했는데 아이가 내가 두고 온 초콜릿과 메모를 보기는 한 것인지 궁금해서 연락을 했다.

"엄마가 두고 온 선물 봤어?"

"응. 봤어."

"뭐야. 감동 안 한 거야?"

"감동했어. 고마워." 역시 사춘기 아이의 대답은 짧다. 그래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았음에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나의 마음씀으로 내 아이가 찰나라도 기분이 좋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앞으로도 아이에게 불쑥 무언가를 내미는 엄마 일 것이다. 의 이유로, 아이의 이유로 바빠 서로 얼굴을 마음 놓고 마주할 일이 점점 줄어드는 우리 사이가 불쑥 가까워지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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