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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04. 2022

선생님도 학교 오기 싫어

월요일 아침. 1교시가 훌쩍 넘은 시간. 작년부터 학교에 지각하는 게 잦았던 6학년 아이가 교무실 앞을 지나간다. 늦었음에도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기만 하고 얼굴에는 뭐가 못마땅한지 잔뜩 심통이 묻어있다.

"우리 지석이 이제 왔구나."

인사하는 내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더니 아이가 탄식처럼 내뱉는다.

"아! 진짜 학교 오기 싫어."

나에게 하는 말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구분이 안 가지만 아이는 분명 학교를 오기 싫었던 게 분하다. 아니 학교에 들어와서도 교실로 가는 길이 힘든 모양이다.

마침 화장실을 가려고 했던 참이라 아이와 잠시 복도를 걸었다. 몇 발자국을 걸었을까.

"진짜 학교 오기 싫어요." 아이가 아까보다 제법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괜히 목소리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학교 오면 재밌잖아."

"뭐가요! 하나도 재미없어요."

"친구들이랑 놀고 급식도 먹고 재밌지 않니? "

"하나도 아니에요!" 아이가 다시 날 선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사실 선생님도 진짜 학교 오기 싫어" 무슨 비밀이라도 되듯 속삭였다.

"네? 왜요?" 투덜거리던 아이가 눈에 놀라움 반, 호기심 반을 담고 나를 빤히 본다.

"선생님은 학교 오면 일만 하잖아."

"아..." 

마침 복도가 끝나서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석아. 학교 와서 착하다. 좋은 하루 보내"

아이는 대답이 없었지만 더 이상 투덜대지도 발걸음이 무겁지도 않았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자기 마음을 알아들어주는 누군가가 아녔을까.

아이가 학교 오는 게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 있다면 학교라는 곳도 조금은 오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일도 아이가 지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또 슬그머니 나가서 한마디 건네야겠다.

"석이 오늘도 학교 왔구나. 착하다."

"선생님도 학교 왔어.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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