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학교 오기 싫다고 일전에 나한테 푸념을 늘어놓았던 지석이가 나를 불러 세웠다.
"농구공을 잃어버렸어요. 혹시 못 보셨어요?"
"농구공?"
아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문득 어제 교무실 앞 화단에 생뚱맞게 놓여있던 농구공 하나가 떠올랐다.
"교무실 앞 화단에 하나 있었어. 가서 네 것인지 확인해볼래?."
"진짜요?"
"야! 화단에 있대." 지석이는 큰소리로 외치더니 반 친구들과 우르르 달려갔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혹시 내가 말한 농구공이 아이들이 찾는 농구공이 아니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아마 아이들은 꽤나 오랜 시간 그 농구공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이들과 헤어져 운동장에서 잠시 걷고 있었는데 농구공을 들고 지석이네가 우르르 농구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농구공이 아이들의 것이 맞았나 보다. 그 공을 가지고 점심시간이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참 열심히도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아이들이 농구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농구코트 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코트 근처에 가자 지석이가 나를 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농구공 찾았어요."
그저 웃음으로 답했는데 지석이가 아이들에게 뭐라 했는지 몰라도 갑자기 농구를 하던 아이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하나, 둘, 셋!" 지석이가 큰 소리로 외쳤더니 모두 한꺼번에 "감사합니다." 하는 게 아닌가.
항상 점심시간에 밥도 먹기 싫어하고 학교 운동장 구석을 배회하며 괜히 철봉이나 기둥을 치던 지석이가 이젠 친구들과 농구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어디든 자신의 마음을 쏟을 곳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아마 학교 오기 싫은 지석이를 조금이라도 학교 오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담임교사의 메세지가 내부 메신저에 있었다.
' 혹시 ***라고 쓰인 농구공을 보신 선생님께서는 6-1으로 연락 바랍니다.'
아마 지석이가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공이 없어서 담임 선생님께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이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선생님에게 빠르게 답했다.
'제가 교무실 앞 화단에 있는 거 보고 알려줘서 찾아서 지금 농구하고 있어요!'
나는 오늘 지석이에게 농구공을 찾아준 단순한 이유로 어쩌다 고마운 선생님이 되었다. 다른 어떤 날에는 또 어떤 것으로 고마운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작은 기대감이 생긴다. 늘 선생님이라는 낱말 앞에는 오늘 같이 따뜻한 형용사 하나 붙이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