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Jun 13. 2021

7:1  영상 통화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처음입니다.(2)

나른한 오후.

낯선 전화번호가 찍힌 대폰이 울린다.

'누구지?' 생각하며 받은 전화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전근 오기 이전 학교 선생님으로 올해는 2학년 담임교사를 하고 있는 선생님의 전화였다.

"선생님. 작년 1학년 1반 아이들이 선생님 너무 보고 싶다고 하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영상통화 가능할까요?"


학교를 옮기고 내내 그리웠던 아이들이라 전화 연결음이 이어지는 동안 마음이 콩닥거렸다.

전화가 연결이 되고 화면에 작년 우리 1학년 1반 아이들 예닐곱 명의 얼굴이 나타났다.

소연이,서원이,고은이,원빈이,라온이,다혜,주원이

하얀 칠판 아래 길게 늘어선 오밀조밀한 귀여운 모습에 시작부터 웃음이 절로 나온다.

거의 반년 만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둘 불러가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 선생님이 달라졌네?"

"달라졌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일까? 아이들의 마음으로 돌아가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아! 머리를 길러서 아이들이 그새 어색하게 보였나 보다.

"선생님 머리가 많이 길었지?

"조금 이상한데요? ***선생님 맞아요?"

"예쁘지?"

천진한 말투에 나까지 실없는 농담까지 10년은 젊어져 목소리의 톤이 한 껏 올라간다.


아이들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나의 모습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서 편지를 썼다길래 읽어달라고 졸랐다.

그랬더니 작년에도 씩씩하게 발표를 잘하고 야무졌던 서원이가 읽어준단다.

귀를 쫑긋 세워서 들을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편지를 읽으려다 고개를 들지 못한다.

"서원아, 읽어 줄 준비 됐어?"

아이는 말이 없다.

'무슨 일이지?'

아이가 결국 소매춤으로 눈물을 닦고, 다른 아이들도 이내 말이 없어졌다.

"서원아, 선생님 보고 싶었구나. 선생님도 보고 싶었어. 편지 잘 받을게."


며칠 뒤 친한 후배 선생님께 부탁해 아이들이 쓴 편지를 전해받았다. 받아보니 작년보다 글씨는 왜 이렇게 예뻐진 것인지, 맞춤법도 안 틀리고, 색칠하기는 왜 이렇게 꼼꼼히 잘한 것인지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고 2학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교무실에서 내가 아이들과 통화하던 모습을 본 후배가 귀여워서 찍었다며 내게 사진을 보내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가만히 보니, 참 행복한 얼굴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가장 내게 많이 힘이 되어주었던 우리 1학년 1반 아이들.

내가 아이들을 돌본 게 아니고 아이들이 나를 돌봐주었나 보다.

앞으로도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






작가의 이전글 뒤늦은 답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