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나한테 꼭 말해

13살 지구인 이야기(42)

by 도토리

1학기가 끝나가기 시작할 즈음부터 몸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피로와 호르몬 탓이겠거니 했는데 방학 시작과 함께 진행했던 연수 탓인지, 덥다고 며칠 벌컥 마셔댄 맥주 탓인지, 서울을 다녀온 이후부터 어깨부터 가슴까지 알 수 없는 비 간헐적 찌릿한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밤에 잠도 자기 불편할 정도의 통증이다.

별 말은 안 했는데 아이가 평소와 다른 나의 찡그림과 조용함에 눈치를 챈 모양이다.

"엄마, 어디 아파?"

"응. 좀 찌릿하고 아프네." 세상 걱정하는 눈빛으로 아이는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병원을 가보긴 해야 될 것 같아."

"아프면 나한테 꼭 말해야 돼. 알았지?" 그러겠노라고 했는데 말했지만 아이가 걱정 말고 뭐 할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입술을 깨문다. 그럴 바에는 그냥 아이 앞에서는 아파도 참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녔다. 가슴통증이라서 외과도 가보고 정형외과도 가보고. 통증의 원인은 능형근이라고 등 근육의 문제 때문이었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이나 독서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자세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했다.

심하다 보니 방사통으로 여기저기 통증이 뻗친 거란다. 며칠 약을 먹고 일주일 정도 충격파 치료니 물리치료니 하는 것들을 난생처음 받았다. 치료를 받는데 이렇게 될 때까지 내가 뭐했나 하는 한스러움이 몰려왔다. 30~40분 치료를 위해 잠깐 고개를 돌리고 누워 엎드리는 자세마저 불편해지다니.


학교에서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인센티브가 없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일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수업지원교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주 10시간만 수업을 담당하고 일반학교 5-6명이 하는 학교 일을 혼자 처리한다. 교무실 생활이라서 끊임없는 민원 전화도 담당하고, 가끔 학교에 오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들 가정에 수업 중인 담임교사 대신 방문할 때도 있고, 학교의 모든 행사의 전면에 나서며, 외부 손님 응대까지 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일 년 반을 사니 몸에 고장이 생겼다. 이 위치를 계속 감당하며 살아야 하나 자꾸 고민이 든다. 그런데 자꾸 외부에서는 뭔가를 더하라고, 더해보라고 권한다.


"엄마가 다른 일까지 더 하게 되면 힘들겠지?"

"엄마가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냥 남들이 해보라고 자꾸 권해."

"내 생각에는 엄마가 안 하는 쪽이 좋을 것 같아."

"왜?"

"내가 엄마가 그 일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힘들 것 같아."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 것 같다는 아이. 그 말을 듣는데 괜히 가슴이 아린다.

가끔 아이와 내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가 기분이 안 좋으면 나까지 안 좋은 느낌,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픈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실로 이어져 있어서 일까 오늘은 아이의 눈이 많은 걸 내게 말해준다. 아프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아이야. 엄마가 더 건강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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