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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2. 2022

내가 몰랐던 제주

"닭머르 해안인가? 거기 알아?"

"닭머르? 제주에 그런 곳이 있어?"

가을에 가보면 좋은 제주도 추천 명소라는데 친구도 나도 마흔 살이 훌쩍 넘게 제주에 살았지만 난생처음 듣는 곳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근처에 왔으니 가보자고 찾아가 보는데 신촌리 마을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간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외길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옹기종기 집들이 보이고 길바닥에 세상 편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보니 이곳에선 나 역시 영락없는 손님일 뿐이다.


조금 들어가자 한눈에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닭머르 해안이구나 싶은 장소가 나타났다. 사람들도 많고 차도 길을 따라 줄지어서있다. 모두들 억새와 바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감탄사를 내며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좁다란 억새길을 따라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손을 높게 뻗어가며 포즈를 취하고, 친구들로 보이는 예닐곱 명의 대학생들은 얼굴에 살포시 손들을 올려놓고 한껏 예쁘게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자연 앞에서 이리 신이 나고 설레는 사람들이라니. 관광지에 오면 번잡함도 있지만 들이 주는 생동감이 기분 좋은 에너지로 퍼져 그 기운을 나눠갖는 느낌이 난 좋다.


"야... 이런 곳이 있었네." 왜 이곳에 와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제주 동쪽에서 가을 일몰을 보기에 좋은 장소로 추천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진 찍기보다는 풍경을 눈으로 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방인처럼 조용히 닭머르에 있는 정자에 다가갔다.

서쪽 하늘로는 지는 해가 아래로는 잔잔한 바다가  동쪽으로는 억새밭과 해안 바위에 앉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순간을 한 편의 그림으로 만들어 버렸다.

독특한 이름이 인상 깊어  집에 와서 찾아보니 닭머르는 닭이 흙을 파헤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자가 있는 닭머르에서부터 시작해서 신촌포구를 거쳐 신촌어촌계를 아우르는 해안길을 닭머르 해안길이라고 한단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제주가 이렇게 많구나 생각한 오늘이다. 다음에는 또 제주의 어느 곳에서 자연이 주는 어떤 선물을 보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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