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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4. 2022

[서평]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2022-11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작가의 유년시절 할머니와의 추억과 그 할머니의 사랑이 작가의 삶에 차분히 녹아있었음을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씩 알아채는 이야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도, 애정 표현도 없는 할머니였지만 아파하는 손녀에게 '저런'이라는 짧은 단어로 위로, 학창 시절 어떤 일이든 장하다고 이야기해주었던 할머니. 적당한 관심과 배려로 심리적 안전판을 주었던 사랑이야기다.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와 같이 짧은 열댓 개의 단어만으로도 손녀의 마음을 받아주었던 언어의 미니멀리스트 할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으며 진하게 기억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학교에서 교사로, 집에서는 엄마로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나이기에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보다 말을 삼키는 것의 중요성을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몹시 느끼고 있다. 작가 역시 아이를 키우며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떠오르는 할머니의 기억으로 아이를 키우고 자신의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다. 삶을 지탱하는 데 있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존중해주는  사의 힘이 얼마나 인생의 전반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작가 김영하는 좋은 작가의 덕목 중 하나는 어떤 이를 깊이, 오래, 새롭게 기억하는 재능이라고 하며 그런 작가적 재능으로 이 책이 쓰였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작가는 할머니를 깊이, 오래 기억하며 새롭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어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떠오르는 할머니의 추억은 할머니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과 다름없다. 영화 <코코>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현생에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이 세상과 이별하고 죽는다고 해석을 다. 아마 그 말대로라면 작가의 할머니는 참 오랫동안 이 세상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의 할머니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아니었다. 내 기억에는 늘 엄마를 힘들게만 하는 할머니 었다. 내가 어릴 적 느꼈던 할머니에 대한 그 거리감만큼 사실 이 책은 내가  서점에서 고를 책이 절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라는 주제는 내게는 어쩐지 알고 싶지도 않은, 알아서도 안 되는 존재 같기만 했다. 책의 제목을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라고 정할 수 있었던 작가가 읽는 내내 부러웠다. 작가는 할머니에게서 배운 사랑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사람이 주는 평화'일 것이다라고 했다. 나도 내 아이에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충분한 평화를 주 아름다운 엄마로 남을 수 있을지 돌아보게   을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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