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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5. 2022

나의 마음을 읽는 일

이틀 전 무리해서 단 시간에 오름 정상에 올랐었다. 평탄한 산길이 아닌 비좁고 울퉁불퉁한 비탈진 돌계단 길을 따라서 급히 오르고 내리다 보니 다리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어제 4층에 수업을 다녀오는데 한 계단을 내딛을 때마다 왼쪽 무릎에 처음 느껴보는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러 번 오름을 올랐어도 무릎이 아픈 적은 없었어서 괜히 더 걱정이 됐다. 이러다가 말겠지 했는데 제대로 발을 딛고 계단을 내려오기까지가 무척 힘이 들었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엉거주춤 발을 딛고 있는 나를 보며 어디 아프냐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병원을 가기 전 파스라도 하나 붙여보려고 보건실을 찾아갔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어요? 부었는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무릎을 살펴주신다.

"부었어요?" 내 무릎인데 부은 줄도 몰랐다. 자세히 양쪽을 동시에 보니 왼쪽이 부은 것을 알겠다.

다행히 보건 선생님께서 스포츠 테이핑을 해주셨고 그 뒤로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고 밤에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제보다 통증이 훨씬 사라졌지만 여전히 뻐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호언장담하던 내가 순식간에 어리석게 느껴진다. 내가 얼마나 그동안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꼭 아파봐야 안다.


이제까지 살면서 꼭 이것을 이뤄내야지 했던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늘 원하는 대로 되면 좋은 것이고 안되면 안 되는대로 다른 길이 열리겠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뒤늦은 출발로 하산 중 해가 져버릴 것을 염려해서 무리하게 오름을 오른 일을 돌이켜보니 그동안의 등반과는 다르게 꼭 정상까지  2시간 안에 다녀오고 말 거야라는 강한 목표가 를 집어삼킨 듯하다.


목표가 너무 분명해서 달려 나갈 때  이뤄낼 확률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나처럼 하나둘 씩 잃어버리는 것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산을 오르며 놓쳐버린 자연이 주는 선물들, 친구와 도란도란 나누는 삶의 이야기, 내 몸이 좋은 공기를 받아들이는 그 유쾌함 들을 다 잊어버리고 정상에서 사진을 이정표를 찍듯이 돌아와 버린 내 오름 등반 아픈 무릎만큼 아쉬웠다. 크고 작은 생의 목표 앞에서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도 내 마음을 읽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분명한 목표에 빠져 나를 삶에서 기쁘고 편하게 해주는 일상의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되돌아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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