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Nov 17. 2022

어느 날의 수업

물체와 운동 단원을 마치는 시간이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학교 안내지도를 꾸미는 활동인데 작년에 해보니 매일 오는 학교라는 장소보다 우리 동네로 공간을 넓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직접 갈 수는 없어도 네이버 길찾기를 이용하면 시간과 이동거리를 예측할 수 있으니 속력을 구하는 학습 목표에 맞게 재미있게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방법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기록할 학습지를 나눠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선생님, **는 학습지를 크게 사해주셔야겠는데요."

아이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그 말을 한 아이의 짝꿍은 시력이 많이 안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아이들과 같은 일반 학습지를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이 아이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미안했다. 급하게 과학실에서 나와 확대 복사를 하고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는 한결 편하게 활동을 확인하고 해결해나갔고 그런 아이를 보며 좀 더 일찍 아이의 상황을 더 고려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교사인 내가 보지 못하는 친구의 불편함을 알아채 배려하고 도움을 준 짝꿍 친구의 마음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눈이 안 좋은 아이의 짝꿍은 학습이 다른 친구들보다 성취도가 낮아 학습지원 대상 학생이다. 그런 아이가 자기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보고 도움을 주고 싶어 나에게 먼저 이야기 해준 그 마음이 예쁘고 따뜻했다.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어려움을  치지 않고 알아채 줄 수 있게 조금 더 바짝 긴장을 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시선으로 교실에 있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왜 매일 글을 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