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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5. 2022

책 속 한 문장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 요즘 틈이 나는 대로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하고 있다. 보관만 하 책들 필요한 곳에서 잘 쓰이길 바라며 지인에게도 주고 중고거래로 팔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나의 기억력의 한계를 알기에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옆에 포스트을 붙이고 낱말이나 문장을 기록해둔다. 그런 이유로 책꽂이에 있는 책 중에는 책 옆으로 포스트이나 플래그가 붙어 있는 책들이 많다.

"엄마 이 책은 재미없었어?" 아이가 붙여진 포스트잇 적은 책을 하나 들더니 이건 재미없는 책이냐며 물어본 적 있었다. 재미보다는 그저 내 기준에 내 마음에 필요한 문장에 붙일 뿐이다.


책 정리를 하며 읽을 때 붙여두었던 작은 포스트이나 플래그를  떼어낸다. 떼어내다가 한참을 읽기도 하고 내가 왜 이곳에 표시를 해둔 걸까 하고 눈이 가며 다시 그 책을 읽던 순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다시  책을 읽으며 그 부분들을 보니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힘들었던 시절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고 나만 이리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 그었던 문장들을 보면서도 이제는 그때처럼 가슴이 저리지 않은 걸 보면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구나 싶다. 시간이 기차처럼 레일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나도 만큼 마음이 자란 것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책을 정리하다가 아이와 함께 읽었던 <5번 레인> 책에서 봤던 한 문장을 만났다. 다시금 이 문장을 읽었을 때의 가슴 저릿함이 느껴진다.


난 항상 네 편이야. 혹시 네가 네 편이 아닐 때에도. 알았지? 힘내!


내가 내 편이 아닐 때도 나를 응원해주겠다는 말이 내게도 얼마나 위로가 되었었는지 모른다.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말이지만 당시 나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었다.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단 한 권의 책 속 단 하나의 문장일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런 문장 몇 개쯤 마음속에 품고 산다면 힘든 삶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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